삼성 ‘반도체 1위’ 통큰 투자… 움츠렸던 재계로 확산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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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년간 37조 투자 발표

세계 최대 평택공장 본격 가동 삼성전자는 4일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상훈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기남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원 V낸드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평택공장 본격 가동 삼성전자는 4일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권오현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상훈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기남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원 V낸드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향후 4년간 평택 반도체 라인 등에 총 37조 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재계 전체로 투자 훈풍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이 내놓은 사실상 첫 국내 투자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일자리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효과로 반도체 산업 관련 양질의 일자리 44만 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잔뜩 움츠렸던 국내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날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반도체 증설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채 발표를 계속 늦춰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주요 고객사를 안심시키고 향후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증설 계획 발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대용량 최첨단 제품 출시가 늘면서 주요 기업마다 반도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로 인해 D램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오른 가운데 3분기(7∼9월) D램 평균 판매 단가는 2분기(4∼6월)보다 5%가량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확대될 사물인터넷(IoT) 및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오토모티브 등 4차 산업혁명 시장과 관련한 반도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733억5500만 달러(약 429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1년 4598억57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업계 특성상 적기 투자가 미래의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더 이상 투자 결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자격으로 이번 투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평택 1라인은 올해 3분기 1만5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4분기(10∼12월)에는 분기당 생산능력을 19만5000장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평택 증설 투자가 이뤄지면 생산 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중국 시안 공장이 분기당 10만 장을 생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평택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평택뿐 아니라 화성사업장에도 6조 원을 들여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 라인을 확보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2014년 완공해 현재 100% 가동 중인 중국 시안 반도체 라인도 추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라인 건설로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평택공장 본격 가동 평택 반도체 단지 외경.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평택공장 본격 가동 평택 반도체 단지 외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경기 기흥 화성 평택과 충남 아산에 이르는 첨단 부품 클러스터 구축으로 이어진다. 국내 장비 및 소재 산업과의 동반 성장은 물론이고 후방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2021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일자리만 44만 개에 이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들도 나란히 투자를 늘리면 연구개발(R&D) 및 서비스 등 고급 기술인력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7조 원 안팎의 최고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3년 3분기에 올린 역대 최대 실적 10조1600억 원보다 3조 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지난 24년간 반도체 업계 매출 1위였던 인텔을 꺾고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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