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 교향곡을 비브라토 없이 들어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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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7번을 연주했습니다. 이 악단은 이른바 ‘시대악기’ 또는 ‘원전(原典)연주’ 악단의 하나입니다. 19세기 중반에 서양 악기들이 크게 변화했으므로, 그 이전의 음악은 옛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한다는 콘셉트입니다.

키(누름쇠)가 없거나 적은 관악기 등 오늘날과 다른 악기의 모습 외에도 눈에 띄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비브라토(소리를 떠는 것)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 연주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판(손가락 판)에 댄 왼손을 앞뒤로 떨어 비브라토를 냅니다. 그러나 시대악기 연주자들은 비브라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베토벤 시대에는 현악기 비브라토가 거의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현악기 연주자들이 늘 비브라토를 쓰게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해 설명한 문헌이 많지 않고, ‘현악 연주자들은 과도한 비브라토를 자제할지어다’(레오폴트 모차르트)라는 등의 구절이 나와도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그래도 최소한 20세기 초반 구스타프 말러가 교향곡을 쓸 때에는 현악 연주자들이 왼손에 비브라토를 달고 살았다는 것이 무언의 합의였습니다.

그런데 말러 교향곡도 비브라토를 쓰지 않고 연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휘자 로저 노링턴(사진)입니다. 그는 2010년 발매한 말러 교향곡 9번 음반에서 현악기의 비브라토를 배제하고 연주를 이끌어 경탄과 혹평을 한번에 들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초 바이올린 연주가 크라이슬러가 집시 바이올린에서 모방한 비브라토를 확산시키기 전에는 현악기 연주자들이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휘자와 음악학자들의 다수는 그의 의견에 문헌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습니다.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을까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노링턴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훌륭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처음 들어보는 현의 신비한 음색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평범한 음악 감상자로서는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말러 교향곡#베토벤 교향곡#필리프 헤레베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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