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영광의 가시밭길’ 차기 검찰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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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014년 정윤회 문건 검찰 조사 때 경찰 간부가 한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다음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순. 실제 권력 핵심인 검찰총장 서열은? 30위. 육군 참모총장보다 3단계 높다. 같은 장관급 방송통신위원장의 바로 아래. ‘의전실무 편람(외교부)’ 서열일 뿐 실제 파워는 다르다.

▷어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가 총장 후보로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와 문무일·오세인 부산·광주고검장, 조희진 의정부지검장을 추천했다. 이들 4명은 검찰 안팎에서 평판이 좋거나 무난하다. 서울대 법대-광주일고를 나온 소병철 교수는 4명 중 최고참(사법시험 25회)으로 지난 정권 때도 2번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고려대 법대-광주일고 출신 문 고검장은 특별수사에서 잔뼈가 굵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서울대 법대-강릉고 출신 오 고검장은 공안 근무를 오래 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있었지만 대검 근무만 9번 했을 정도로 자기관리를 잘했다. 고려대 법대-성신여고를 나온 조희진 지검장은 ‘여검사 1호 기록’을 갈아 치웠다.

▷문재인 정부 첫 조각에선 호남 출신이 약진했다. 광주일고 출신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상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연세대 법대-배재고 출신이지만 전남 무안이 고향이다. 장관과 검찰총장을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한 경우도 물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중 한 명을 낙점할 것이다. 지역 구도를 감안할지, 역량 위주로 발탁할지 궁금하다.

▷파워가 센 역대 총장은 노태우·노무현 정부 때 정구영·정상명 변호사가 꼽힌다. 정구영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정상명은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로 친분이 두터웠다. 차기 총장은 검찰개혁 바람을 정면에서 맞아야 한다. 임기 중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검찰권은 크게 약화된다. ‘영광의 가시밭길’인 셈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최순실#정윤회 문건#검찰총장 후보#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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