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책들 동네서점에서만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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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책방 100여곳-민음사 제휴, 오프라인용 특별판 출간 이벤트
‘무진기행’ ‘인간실격’ 등 1차 선봬… 문고본 판형에 표지 디자인 새롭게

동네책방 한정판매용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출간될 ‘쏜살문고 동네서점 프로젝트’의 ‘무진기행’과 ‘인간실격’. 민음사 제공
동네책방 한정판매용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출간될 ‘쏜살문고 동네서점 프로젝트’의 ‘무진기행’과 ‘인간실격’. 민음사 제공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절대 살 수 없게 만든 책’이 있을까.

7월 20일 그런 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다. 전국 중소규모 오프라인 책방 100여 곳이 첫 파트너출판사인 민음사와 협력해 발간하는 ‘썸썸 프로젝트’(가제). 문고본 판형으로 표지 디자인을 새롭게 제작한 김승옥의 ‘무진기행’(1964년)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1948년)을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는 유통시키지 않고 동네서점을 찾아오는 손님에게만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 마케팅기획이 모두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 보고 싶었다”며 “책방 20곳 정도가 모여 출판 가능 최소 수량인 1000부씩만 찍어도 다행이겠다 생각했는데 입소문이 퍼지더니 참여 문의가 지역별로 줄줄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기획 추진 실무는 장 대표의 서울 노원구 집 근처에서 책방 ‘51페이지’를 운영하는 김종원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재미있겠다 싶어 덜컥 나섰는데 소통 네트워크가 없는 전국 각지 책방 연락처를 일일이 검색해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고 취지를 설명하는 가욋일의 부담이 만만찮았다”며 “지방 소도시의 몇몇 책방 주인들로부터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해줘 고맙다’는 격려 전화를 받은 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첫 파트너출판사인 민음사는 ‘쏜살문고 동네서점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을 일단 2000부씩 1차로 찍을 예정이다. 조아란 민음사 콘텐츠기획팀장은 “다음 주에 완성될 디자인에도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출판사에서도 동네책방과의 마케팅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았다. 이 두 편의 쏜살문고본은 앞으로도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차기 프로젝트는 계절을 테마로 여러 출판사가 함께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상품의 희소성을 매력으로 삼은 기획인 데다 동네책방들 간 고정 네트워크가 없어 후속 기획이 이어질지 여부는 이번 첫 두 책의 성패에 달렸다. 장 대표는 “동네책방들이 출판시장에서 겪어왔던 오랜 소외감이 프로젝트 실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서점과 독자 호응이 커지면서 다음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혀온 출판사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동네서점#오프라인용 특별판#무진기행#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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