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맞선 주선 안해주나” 강남 한복판 칼부림 60대… 시민 2명이 맨손으로 제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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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女대표 공격받자… 범인 칼 빼앗은 뒤 경찰에 넘겨

60대 남성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5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을 지나던 평범한 시민 두 명이 목숨을 걸고 가해자를 제압한 뒤 피해자를 구했다.

2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지하철 2호선 역삼역 5번 출구 앞에서 김모 씨(63·무직)가 A 씨(57·여)를 흉기로 찔렀다. 목과 가슴이 찔린 A 씨는 피를 흘리며 차도로 도망쳤다. 김 씨는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A 씨를 따라가며 계속 흉기를 휘둘렀다.

잔인한 칼부림 현장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이때 중년 남성 2명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김 씨의 팔과 몸통을 붙잡고 칼을 빼앗아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경찰이 올 때까지 김 씨를 붙잡고 있었다. 김 씨가 “죽여버리겠다”며 저항했지만 두 사람은 강하게 제지했고 결국 출동한 경찰에 김 씨는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5년 전 가입한 결혼정보업체가 최근 들어 제대로 만남을 주선해 주지 않고 연락도 잘 되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며 업체 대표인 A 씨를 무차별 공격했다. 칼부림이 있기 직전인 오전 11시 25분경 김 씨는 사건 현장 근처 A 씨 업체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사무실을 나온 A 씨를 흉기로 찔렀다. A 씨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를 제압한 두 남성 중 한 명은 김용수 YT캐피탈 대표(57)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KDB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올 4월 현재 자리로 옮겼다. 김 대표는 이날 안과를 가던 중 현장을 맞닥뜨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겁이 났지만 옆에 있던 어르신이 김 씨에게 뛰어드는 모습을 본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함께 김 씨에게 달려들었다”면서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멋쩍어했다.

키 175cm에 평범한 체격의 김 대표는 “가족들이 소식을 듣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 대표와 함께 범인을 제압한 남성은 70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 아직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A 씨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김 대표 등이 김 씨를 제압하는 순간 일부 시민들은 돕기는커녕 스마트폰 촬영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A 씨를 지혈한 회사원 이모 씨(31·인천 서구)는 “시민들이 많이 있었는데 몇몇 분들은 사진 촬영만 하고 있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홍유라 기자
#칼부림#범죄#흉기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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