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TV로 하고 결제는 왜 앱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케이블TV-위성방송 사업자, 홈쇼핑 업체들 ‘모바일 결제’에 울상


“오늘 모바일로 주문하시는 분들은 ○○카드 이용하실 때 5% 또 할인이 되니까요, 한번 이용해 보시면 좋겠어요. 모바일이 지금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톡 남기시면 10% 적립금 드려요. TV 방송할인 더해서 모바일 앱으로 들어오시면 더 많은 혜택이 준비돼 있습니다.”

케이블TV 회사에서 홈쇼핑 채널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A 씨는 홈쇼핑에서 이 같은 코멘트가 많이 나와 최근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화 주문을 기준으로 매출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홈쇼핑 회사들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주문을 유도하면서 방송을 통한 매출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케이블TV로서는 이런 판매 방식을 막을 마땅한 방법도 없어 곤란한 상황이다.

홈쇼핑 판매 방식이 점차 전화에서 모바일·인터넷으로 바뀌면서 케이블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 업체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우리 채널을 통해 방송하면서 모바일로 결제를 유도하는 것은 수수료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홈쇼핑 업체들은 “쇼핑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변하지 않으면 우리도 타격”이라며 맞서고 있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PP(Program Provider·방송채널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은 2014년 3조4438억 원에서 2015년 3조1972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방송 및 홈쇼핑 업계에서는 2015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그간 홈쇼핑 방송 중 전화로 들어온 주문액(매출)을 기준으로 방송채널을 제공한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업체가 수수료 계약을 맺어왔다는 것이다. 전화 주문액이 많을수록 유료방송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많아지는데 홈쇼핑 업체들이 주문을 모바일로 유도하면서 전화 주문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료방송 관계자들은 “우리 채널을 통해 모바일 판매 경로를 소개할 수는 있어도 가격을 차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홈쇼핑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구매환경이 바뀐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소비방식이 이미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SO와 위성방송 가입자들은 줄어드는데 같은 수수료를 요구하니 어쩔 수 없다”며 “우리도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홈쇼핑#모바일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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