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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고… 부수고… 꺼져라,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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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고… 부수고… 꺼져라, 스트레스

정지영기자 , 신규진기자 입력 2017-06-22 03:00수정 2017-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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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15만원 ‘스트레스 해소방’ 인기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방호복, 헬멧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한 본보 기자가 망치로 마네킹을 내리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6m² 남짓한 방. 한쪽에 검은색 고무 마네킹이 서 있고 방바닥에는 가전제품과 사금파리가 수북하다. 벽에는 검정 타이어 3개와 과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야구방망이와 망치가 줄지어 있다.

이곳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스트레스 해소방’이다. 안전모와 방호복을 입고 야구방망이나 망치로 접시를 깨뜨리고 물건을 부술 수 있는 공간이다. 생긴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많은 사람이 다녀간 듯 고무 마네킹의 목은 잘려 나갔고 타이어도 곳곳이 마모됐다.

21일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 마포구의 스트레스 해소방을 찾았다. 이날 영업을 시작한 지 갓 10분이 넘었지만 이미 손님들이 방마다 가득했다. 대부분 대학생이나 30대 초반, 사회 초년생으로 보였다. △짜증 △왕짜증 △빡침 △개빡침 △미침 등 다섯 단계의 프로그램이 있고 가격은 2만∼15만 원대였다. 중간 단계인 ‘빡침’을 선택했다. 세라믹 접시 20개와 야구방망이, 망치, 고장 난 프린터 등이 제공됐다. 프린터를 망치로 내려찍고 야구방망이로 휘둘러 부수고, 접시를 과녁에 내던지자 15분이 훌쩍 지났다. 뭔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손님들 반응도 엇비슷했다. 대학생 조모 씨(26)는 “소리 지르고 야구방망이로 물건을 부수다 보니 삭이기만 했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다”며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돈을 모아 다음에는 제일 비싼 ‘미침’을 즐기겠다고 했다. 가게 직원은 “손님 대부분은 화가 쌓인 20, 30대”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소방을 나와 온라인 게임 ‘사장님 때리기’, ‘선생님 때리기’도 해봤다. 공간과 대상이 달라졌을 뿐 게임 내용은 해소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산이나 골프채로 사장님 캐릭터를 때려 피를 흘리게 하거나, 발로 차서 창 밖으로 날려버리는 식이다. 학생이 던진 30cm 자가 판서하는 선생님의 머리에 꽂히는 엽기적인 장면도 나왔다. 사용자들은 “미워하는 사람을 생각하라” “××놈도 당해봐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분노 범죄’가 연일 발생하는 가운데 이 같은 해소방이나 자극적 게임이 역으로 사회의 분노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험 결과 자기가 싫어하는 상대의 대리 이미지를 놓고 공격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별로 효과가 없다”며 “믿을 만한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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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방#분노 범죄#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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