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의원 577명중 432명이 ‘새 얼굴’… 사상 최대 ‘개혁 물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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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총선 결선… 마크롱 신당 압승
과거 총선땐 교체인원 평균 191명, 여성 223명 당선… 역대 최다 기록
신당 ‘앙마르슈’ 350석 얻었지만, 막판 견제심리로 예상엔 못미쳐
마크롱, 첫번째 목표는 노동개혁
공화당도 찬성… 의회통과 무난할듯


74.8%.

18일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1958년 5공화국 출범 이후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현역 의원 4명 중 3명이 물갈이 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전체 577명의 현역 의원 중 총선에서 살아남은 이는 145명뿐. 432명이 새로운 인물로 채워진 셈이다.

400명이 넘는 신인이 한꺼번에 프랑스 의회에 진입한 건 처음이다. 1958년 이후 14번의 총선에서 새로 수혈된 의원 수는 평균 191명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평균보다 2.3배나 많은 현역 의원이 교체된 것이다.

인지도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현역 배지가 프리미엄이 아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그만큼 기성 정치를 향해 프랑스인들이 철퇴를 내리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산이 없다고 느낀 현역 의원 227명이 아예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1차 투표에서만 123명의 현역 의원이 상위 1, 2위 안에 들지 못해 탈락했다. 결선투표에 오른 이들 227명 중 또다시 82명이 탈락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123명 중에는 60세 이상이 58.5%(72명)나 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효과도 이뤘다.


여성 당선자 수도 223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1997년부터 여성 후보자 비율은 계속 40% 안팎을 기록했으나 당선율은 10%대를 넘어서지 못했었다. 5년 전 155명이 당선되면서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선 데 이어 5년 만에 38.6%로 훌쩍 뛰어올랐다. 후보자 중 여성이 42%를 차지한 데 이어 당선자도 40%에 육박할 정도로 여성의 득표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여성의 과반 의석 확보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변혁을 불러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60%가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앙마르슈는 전체 577석 중 350석을 차지했다. 절반인 289석을 훌쩍 넘는다. 우파 공화당이 130석으로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했고 직전 여당이던 좌파 사회당이 45석,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27석, 극우 국민전선이 8석을 각각 차지했다.

2012년 총선과 비교해 공화당 계열은 99석, 사회당 계열은 269석이 줄어들면서 몰락했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스 사회당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투표 마감 직후 사퇴했다. 반면 5년 전 각각 3석과 10석에 그쳤던 극우와 극좌 정당은 약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사활을 걸고 있는 노동법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공화당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동개혁에 찬성하고 있어 의회 통과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독주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우려도 만만찮다. 일주일 전 1차 투표에서 앙마르슈 계열이 1위를 차지한 곳은 451개 지역구였다. 1주일 만에 100개가량의 지역구 민심이 뒤집힌 셈이다. 결선투표에서 중도인 앙마르슈로 표가 더 몰릴 것이라는 언론들의 예상을 깨고 마크롱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의미다. 1차 투표에서 67개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공화당은 2배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결선투표율이 43%로 역대 최저였던 것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34년 전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의사가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조아킴 손포르제(한국명 손재덕·34) 앙마르슈 후보는 해외 선거구인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지역에서 74.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마크롱#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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