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고통에 대한 연민이 나를 키워… 어려운 예술인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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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체부장관 취임사 화제
키플링 시-러셀 자서전 인용, ‘영혼 있는 공무원상’ 거듭 강조
“진정성 느껴져” 내부 반응 긍정적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너는 비로소/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이다. 도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일’을 인용하며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영혼 있는 공무원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도 장관은 국정 농단 사태 등을 겪은 문체부 공무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한편 조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도 장관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새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려 달라’고 밝힌 문체부 공무원의 증언을 언급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도 장관은 “부당한 명령을 내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살리라는 명령을 내리겠다”며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사랑에 대한 열정, 지식에 대한 탐구, 고통에 대한 연민’이 자기 인생을 끌고 온 힘이었다고 했다. 어려운 예술인 및 체육인들에 대한 연민을 잃지 말아 달라.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취임사에 대한 문체부 내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취임사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취임사였다”며 “취임식이 끝난 뒤 장관이 언급한 시가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 농단 및 블랙리스트 사태를 거치며 문체부 공무원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스르지 못한 것에 대한 괴로움이 컸다”며 “장관이 취임사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것을 약속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 밖에 도 장관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 △쉽게 체육활동 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의 쉼표 있는 삶과 관광의 균형 발전 △지역문화의 고른 발전 △공정한 예술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도 장관은 취임식 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 청산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일 내에 지원 배제 명단에 올랐던 예술인 등 15명 정도 참여하는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진상조사분과와 제도개선분과로 나눠 3개월 정도 운영하고 필요하면 1개월 정도 연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에 관여한 공무원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도종환#문체부장관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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