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장례식도 안온 ‘서류상 남편’에 법원 “6.7%만 상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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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별거… 생활비 등 한푼 안줘
“상속재산 80%는 자녀들 기여분”

아내와 오랜 기간 별거하고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않은 남편이 자녀들을 상대로 죽은 아내의 상속재산을 나눠 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부인 재산에서 자녀들이 기여한 부분이 크다며 전체 재산 중 극히 일부만 남편 몫이라고 판단했다.

남편 A 씨는 1975년 부인 B 씨와 혼인했지만 1982년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공장을 운영하던 A 씨는 B 씨와 세 자녀에게 생활비와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또 공장을 여러 차례 몰래 옮기며 B 씨에게 자신의 거처를 숨겼다. 한때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도 냈지만 법원에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A 씨에게 있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반면 자녀들은 어머니 B 씨를 극진히 모셨다. 장녀 C 씨(42)는 2002년 취업한 후 매달 70만 원씩 생활비를 드렸다. 또 B 씨가 숨지기 전까지 한집에서 지냈다. B 씨가 투병할 때도, C 씨는 남동생 D 씨(40)와 함께 병간호를 하며 병원비, 장례비를 부담했다. D 씨는 2003년부터 매월 50만 원, 2006년부터는 매월 100만 원씩 B 씨에게 송금했다.

A 씨는 아내 B 씨가 사망한 뒤, 자신의 세 자녀를 상대로 “아내의 상속재산 2억8800만 원을 법정 상속지분대로 분할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권양희)는 A 씨가 낸 소송에서 “B 씨의 상속재산 중 80%는 장녀 C 씨와 장남 D 씨의 기여분”이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자녀들이 열심히 부양한 덕분에 B 씨가 재산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 씨는 B 씨의 나머지 재산 중 법정상속분(3분의 1·전체 재산의 6.7%)인 1920만 원만 받게 됐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상속재산#서류상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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