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20대男… 분노조절장애 5년새 68%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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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령 진료환자 20% 증가
경쟁 극심한 2030 특히 더 늘어… 우발적 폭행 건수도 10년새 5배로

홧김에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밧줄을 끊고 인터넷 속도가 느린 데 화가 나 수리기사를 살해하는 등 ‘분노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노·욕구에 의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습관 및 충동장애 환자가 몇 년 새 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경쟁에 내몰리는 시기에 받는 스트레스가 충동장애로 발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2016년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937명에서 5920명으로 5년 새 19.9% 증가했다.

남성의 증가폭이 25.2%로 여성(0.7%)보다 컸다. 하지만 20, 30대는 남녀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대 남성의 경우 2012년 943명에서 1581명으로 무려 67.7%나 늘어났다. 20대 여성도 181명에서 232명으로 28.2% 늘어 전체 여성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남성은 30대에서도 41.5% 증가해 직장 학업 등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충동장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따른 분노가 충동장애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경쟁 실직 양극화 등을 가장 첨예하게 겪는 20, 30대에서 충동장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것.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자신과 타인의 비교로 이어지고 ‘불평등하다’는 피해의식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분노로 폭발한다는 얘기다.

밧줄을 끊어 작업자를 사망케 한 사건 피의자는 오전에 일용직을 찾아 나섰다가 찾지 못해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인터넷 기사를 살해한 범인은 “내 인터넷만 느리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1만810건이던 우발적 폭행 건수는 2014년에는 7만1036건으로 5배 넘게 늘었다. 분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변 환경을 정비하면 개인 비행도 줄어든다는 ‘깨진 창문 이론’처럼 사회적 안전망을 잘 구축해 분노가 생기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분노조절장애#폭행#분노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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