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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불안정한 청춘’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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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불안정한 청춘’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박창규기자 입력 2017-06-20 03:00수정 2017-06-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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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위협받고 있는 나라에서 도대체 누가 제대로 살아 갈 수 있겠는가. 살게 해 달라.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아마미야 가린·미지북스·2011년) 마트 판매대에 상품을 진열하거나 가벼운 심부름을 하고 받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던 20대 A 씨. 쥐꼬리만도 못한 수입이어서 방값 대기도 벅찼던 그는 우연히 ‘고급’ 아르바이트를 발견했다. 인가받지 않은 약을 먹고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는 신약 시험이다. 말이 고급이지, 사실상 자기 몸을 담보로 삼는 인체 실험이다. 그래도 A 씨는 “밥 세 끼가 괜찮은 정식으로 나왔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신약 시험만으로 생계를 꾸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대부업체에 손을 벌려야 했다. 이후 사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입 대부분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지경에 놓이게 된다.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이 숱한 요즘, A 씨 사연은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연은 오늘날 한국 청년의 얘기는 아니다.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의 저자 아마미야 가린(雨宮處凜)이 출간을 준비하던 2006년 일본 청년들의 얘기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는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친 조어다. 웹툰 ‘미생’의 인턴 장그래나 ‘송곳’의 대형마트 근로자, 각종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겨우 버티는 청년들처럼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이들은 모두 프레카리아트이다.

저자는 니트족(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이나 프리터(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가 늘어나는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어 초판이 발간된 지 올해로 10년, 저자가 우려했던 잿빛 미래는 상당수 가신 분위기다. 일본의 실업률은 2%대로 진입하며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청년실업률 상승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언론 기고와 저서 등을 통해 여러 번 이 책을 추천했다. 문 대통령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불안정한 청춘을 보듬을지 궁금하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아마미야 가린#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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