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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연속 ‘옐로 저지’… 민경호 “원 팀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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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연속 ‘옐로 저지’… 민경호 “원 팀의 승리”

이승건기자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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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등급 격상 ‘투르 드 코리아’
한국인 우승은 가망 없어 보였지만 동료들 헌신 속 정상급 해외팀 눌러
시선조차 힘이 없는 눈에 이슬이 맺혔다. 민경호(21·서울시청·사진)는 이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기 시작했다. 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탈진했지만 눈물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17일 경북 영주 시민운동장을 출발해 충북 충주 세계무술공원까지 156km의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의자에 주저앉은 뒤였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린 민경호는 “1위를 지켰다는 기쁨,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그동안 힘들었던 훈련 등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쳤다”고 말했다. 이날 구간은 ‘투르 드 코리아(TDK) 2017’에서 사실상 우승자를 결정하는 험난한 코스였다. 전문가들은 “마지막 날 이변만 없다면 민경호가 옐로 저지(개인종합 1위가 입는 노란색 상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사이클 사상 처음으로 1등급 투어 대회에서 옐로 저지(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민경호(서울시청·가운데)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투르 드 코리아 2017 마지막 날 시상식에서 2위 에드윈 아빌라(일루미네이트·왼쪽), 3위 예브게니 기디치(비노아스타나)와 샴페인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변 대신 한국 사이클 역사에 새 이정표가 세워졌다. 민경호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해 올림픽회관까지 65km를 달리는 TDK 최종 5구간에서도 옐로 저지를 지켜냈다. 1∼5구간 합계 17시간47분46초를 기록한 민경호는 2위 에드윈 아빌라(일루미네이트·미국)를 7초 차로 제쳤다. 전날까지 개인종합 2위였던 예브게니 기디치(비노아스타나·카자흐스탄)는 1위와 8초 차로 3위가 됐다.

한국 선수가 해외 개최 대회를 포함해 국제사이클연맹(UCI) 1등급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민경호는 제2구간(군산∼무주·156.8km)에서 막판 6km를 독주한 끝에 구간 우승을 차지하며 옐로 저지를 입었고 3일 연속 이를 지켰다. 민경호는 “도로 사이클은 많은 부분이 팀플레이에 의해 결정된다. 애초 ‘도우미 역할’로 출전했는데 운 좋게 기회가 오니 동료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줬다. 다음에는 모든 것을 바쳐 동료를 도울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출범한 TDK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차례(2007, 2012년) 있었지만 당시는 2등급 대회였다. TDK는 2013년까지 2등급 구간 대회로 열리다 2014년부터 1등급 구간 대회로 격상됐다. 이후 출전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옐로 저지 꿈’은 사라진 듯 보였다. 프로 콘티넨털 등 정상급 팀은 2등급 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2개 프로 콘티넨털 팀 중 5곳이 출전했다. 서울시청을 포함해 한국 팀들은 모두 프로 콘티넨털보다 수준이 낮은 콘티넨털 팀들이다.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64)은 “지도자 생활 37년 만에 ‘1등급 옐로 저지’가 나와 감개무량하다. 이번 쾌거가 한국 사이클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호성 서울시청 코치는 “내가 아는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성실한 민경호가 옐로 저지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박상훈 김옥철 정하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배들의 희생이 있었다. 말 그대로 ‘원 팀’이 뭔지를 몸으로 보여준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각 구간 팀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해 결정하는 단체 우승은 프로 콘티넨털 팀인 빌리에 트리에스티나(이탈리아·53시간25분42초)가 차지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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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투르 드 코리아#민경호#한국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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