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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 메시지 앞서 일단 재밌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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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 메시지 앞서 일단 재밌어야죠”

이지훈기자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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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계기로 만난 한국과 이탈리아의 만화거장 허영만-지피
작품 세계나 그림체는 달랐지만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닮았다. 허영만(오른쪽)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1시까지 만화를 그렸고, 지피는 낮 시간에 매일 4, 5장의 원고를 그린다고 했다. 만화는 이들에게 끈기와 투혼으로 맞서야 하는 ‘마라톤’이기도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만화가 허영만(70)은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본명 잔 알폰소 파치노티·52)의 신작 ‘아들의 땅’을 보고 이렇게 평했다. “단숨에 읽었다. 늘 이런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탤 설명이 있나. 당장 만나고 싶다.”

지피는 ‘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2006년)로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최고작품상을 받았고 ‘하나의 이야기’(2013년)로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스트레가상 최종심에 올랐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자’(2011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초청으로 15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신작 ‘아들의 땅’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작품은 종말을 맞이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두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피와 허영만, 양국의 두 거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9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종말 이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아들의 땅’. 지피는 “죽음과 극한의 폭력에 직면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다뤘다”고 말했다. 북레시피 제공
지피의 ‘전공’은 그래픽 노블이다. 한 편의 소설에 한 폭의 그림이 덧입혀진 듯한 이 장르는 유럽에서 예술로 분류된다. “제 작품이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 논란이 많았어요. 이후 이탈리아에선 만화를 예술로 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죠.”(지피)

43년간 만화가로 살아온 허영만은 한국에서 만화는 예술은커녕 ‘불량식품’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직후 신문에 만화를 연재할 때만 해도 만화가를 저널리스트로 대우해줬어요. 하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만화를 저질, 불량으로 낙인찍어 버렸죠.”(허영만)

이탈리아에서 예술로서의 만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를 양성하기 위해 1980년대 세워진 전문학교의 도움이 컸다. “심의나 검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화가들은 맘껏 표현할 수 있었죠. 좋은 학교에서 교육 받은 만화가들이 혁신적인 글과 그림을 그려냈고 그래픽 노블 붐의 출발점이 됐습니다.”(지피)

지피에 따르면 유럽에서 만화가의 원고는 장(張) 단위로 거래된다. 만화를 예술작품으로 여기는 풍토 덕분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원고도 사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저 역시 작품을 낱장으로 팔아 생계를 유지한 적이 있었죠.”(지피)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이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상업성만 좇는 한국 만화계의 인식 변화도 선행돼야죠.”(허영만)

예술로서의 만화가 메시지 전달을 위해 본래의 재미를 저버리는 것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경계했다.

“메시지부터 시작하면 사람들은 만화책을 집어던질 겁니다. 메시지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나중 이야기죠. 재밌어야 손에서 만화를 놓지 않겠죠.”(허영만)

“제 관심사는 오로지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감동시키고 만화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숨쉬게 하는 거예요. 만일 독자들이 제 만화에서 메시지를 읽었다면 그건 내재된 저의 세계관일 겁니다.”(지피)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허영만#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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