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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건혁]“공기업 평가, 시험 치른뒤 배점 바꾼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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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건혁]“공기업 평가, 시험 치른뒤 배점 바꾼 격”

이건혁·경제부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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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폐지따라 가점 안줘… 서둘러 도입했던 기업들 허탈
“정권 바뀌었다고 쉽게 말바꿔서야”
이건혁·경제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출제자가 문제를 삭제하고 배점을 뒤바꾼 것이나 마찬가지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받아든 일부 공공기관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정부가 내준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1년간 노력했는데 아예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과 발표 직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반영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날(16일)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평가에 반영한 것과 반영하지 않은 것 등 두 가지 모두를 만들었다”고 실토했다. 이어 “다만 성과연봉제 항목 포함 여부에 따라 불이익이 생기는 기관은 없었다”고 덧붙였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독려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120곳의 공공기관 중 4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다. 나머지 72곳도 도입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말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독려를 위해 경영평가에 최대 4점의 가점을 부여하면서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인센티브까지 걸렸고 미도입기관은 인건비 동결이라는 벌칙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모두 상처를 입었지만 대가로 받아야 했던 가점은 없어졌다. 공운위 관계자는 “노사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보이지 않게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본다”고 불이익을 인정했다. 게다가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지급된 1600억 원의 인센티브 반납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해 또 다른 홍역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부 신뢰가 떨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성과에 기반을 둔 연봉제 없이는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역설해왔다. 부실한 재무상태에도 끄떡없는 철밥통, 신이 내린 직장이란 오명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성과급 나눠먹기에 급급했던 경영평가에도 경종을 울리자는 말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헛소리’가 됐다. 이처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이번 공기업 평가 결과 발표에서 벌어진 소동을 지켜보는 내내 기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다.

세종=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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