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를 스타트업의 나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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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조성 등 벤처기업 대대적 지원… 佛 떠났던 기업가들 속속 U턴
창업하려는 이민자들도 적극 수용… 트럼프-메이 ‘反이민’과 정반대 행보

“프랑스를 스타트업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나라로 만들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5일 파리에서 열린 전자기기 콘퍼런스 ‘비바테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이 ‘벤처 대통령’으로서 프랑스 경제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유럽의 늙은 국가’가 아니라 ‘젊은 혁신 국가’로 만들겠다며 유세 때 밝힌 구상을 공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100억 유로(약 12조7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FT는 “마크롱 대통령은 창업을 밀어주는 파리의 리더십이 경쟁 도시인 런던이나 베를린에 비해 앞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에서는 ‘마크롱 효과’가 슬슬 드러나고 있다. 단조로운 프랑스가 싫어 떠났던 기업가들이 하나 둘 모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로봇 기업 ‘H3 다이내믹스’ 설립자 타라스 반케비츠 씨는 14년 전 벤처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프랑스에 실망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 당선 뒤 스타트업 지원이 폭발적으로 늘자 파리에 유럽 본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언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벤처캐피털 모금 규모에서 유럽 2위를 차지했다. FT는 ‘마크롱은 기존 산업 영역을 붕괴하는 스타트업처럼 기성 정치권을 무너뜨린 대통령’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에서는 창업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더 많이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反)이민주의자인 두 국가 수장과 거꾸로 하겠다고 작심한 듯 창업을 위해 프랑스로 오려는 이민자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비바테크에서 발표된 ‘프랑스 테크 비자’는 해외에서 오는 창업가, 직원, 투자가에게 간단한 심사만 거쳐 4년간 프랑스에서 일하고 체류하게 허용해 준다.

18일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어 ‘벤처 대통령 마크롱’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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