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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저출산시대에도 ‘솟아나는 기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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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저출산시대에도 ‘솟아나는 기업’ 있다

조진서 기자 , 고승연 기자 입력 2017-06-19 03:00수정 2017-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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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고령화시대의 사업계획 수립
약 10년 전부터 여러 기업과 정치인, 아니 어쩌면 거의 전 국민이 ‘저출산’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들인 돈은 약 80조 원으로 추정된다. 어느 정권이든 출산율 제고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평균적으로 5년에 한 번씩 발표해왔지만, 2016년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17 이하로 떨어졌다. 올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전임자들처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다. 육아휴직 급여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쯤에서 한 가지 ‘도발적’ 질문을 던져보자. 저출산은 정말 문제인가? 저출산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거론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저출산 논의에서 간과해왔던 기본적인 사항을 하나씩 짚어보면 현재의 저출산 기조는 그동안의 인구 과잉과 높은 인구 밀도가 만들어 낸 자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기업들이 저출산으로 인해 무조건 소비가 줄고 노동력이 부족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점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정말 재앙인가?

2017년 현재 한국의 인구는 약 5026만 명으로 세계 230여 개국 중에서 27번째로 많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에서 8번째로 많다. 인구도 많은 편이지만 국토가 좁아 인구밀도, 특히 체감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 km²당 인구수(인구밀도)는 519명(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전 세계에서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대만뿐이다. 수십 년 전 6.9까지 치솟았던 방글라데시의 출산율이 2.1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만의 출산율이 우리보다 낮은 0.9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은 그간의 인구 과잉과 높은 인구밀도가 만들어낸 자연현상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출산 장려 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 많은 이유 중 분명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인지를 따져보자. 일단 가장 극단적인 위기론으로는 ‘국가소멸론’이 있다. 지금의 출산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무리 기존 인구가 장수해도 2750년 즈음에 대한민국 인구가 0명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럴싸해 보이는 얘기지만 수백 년 뒤는 물론 수십 년 뒤의 인구구조를 지금 예측한다는 것은 고려시대에 현재의 인구를 예측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나라의 힘이 약해진다는 ‘국력약화론’ 역시 이미 인공지능과 드론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시작한 지금 시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을 살펴보자.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내수 시장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우선 노동력 측면부터 따져보자. 통계청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1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는데, 생산가능인구라는 정의 자체가 자의적이다. 통계청은 15세에서 64세 인구로 정의하는데, 이미 60대가 예전의 40대만큼 건강한 상황에서 최소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시대에 적합한 정의인지 자체가 의문이다. 또 지금의 인구구조 변화는 묘하게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인구가 줄더라도 여유 있는 노후자금을 확보한 고령 세대의 소비는 크게 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수 시장 위축’을 벌써 고민하는 것 역시 기우에 가깝다.

경제위기론 중 사람들이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어쩌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하락일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정책에서 큰 실수를 범했던 일본을 제외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율 저하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경제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자산 가격이 폭락한 현대 국가는 아직 없다. 자산, 특히 부동산 가격은 인구구조보다는 경기와 국가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데다 산지와 농지가 대부분이고 택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택 공급은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저출산은 재앙이 아닌 인구구조 변화”

저출산 추세가 가시적인 미래에 한국 경제나 한국 사회에 큰 위협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부족하다. 기업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인구구조나 사회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미래의 한국 경제가 맞게 될 수많은 변화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어질 수도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일자리에도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남북관계 변화로 인해 경제 환경과 산업 환경, 일자리 환경에 막대한 변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저출산 자체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1, 2인 가구 증가와 같은 가구구조 변화, 연령대 인구비율 변화로 인한 소비자 취향 변화에 더 관심을 쏟는 게 현명하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를 주목하고 전략 수립 고려사항에 넣되 ‘경직된 시나리오’를 믿고 그에 따라 경직된 전략을 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하필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는 예전의 산업구조와 경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과는 어긋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단일한 실버 시장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실버 시장,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시장을 하나로 묶어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이 있는데, 시니어 시장 역시 충분히 세분할 필요가 있고, 단순히 ‘노인 소비자’ ‘노인 고객’을 공략한다고 뭉뚱그려 접근하면 안 된다. 베이비부머로 ‘획일적’ 삶을 산 사람들이 오히려 노년에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

셋째, ‘몰락하는 시장’도 무조건 버려서는 안 된다. 저출산 흐름은 영유아용품 시장, 학용품 시장, 교복 시장 등의 위축을 가져온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최근의 한국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시장에서도 매출을 신장시키는 기업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어쨌든 아이는 태어나고 교육은 이어진다. 오히려 자녀 1인당 투자액은 예전과 비슷하거나 늘 수도 있다. 따라서 ‘저출산 시대의 추락하는 시장’이라는 관점보다 ‘저출산 시대 달라진 시장’의 관점에서 새로운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진서 cjs@donga.com·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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