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땅-하늘 뒤덮을 자율주행차-드론… 충돌사고 어떻게 막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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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레이더 기술

2030년에는 땅 위의 자율주행차들은 장착된 레이더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사람을 목적지로 안내하고, 하늘을 나는 택배 드론은 건물 옥상 등에 설치한 저고도 소형 레이더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GIB 제공
2030년에는 땅 위의 자율주행차들은 장착된 레이더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사람을 목적지로 안내하고, 하늘을 나는 택배 드론은 건물 옥상 등에 설치한 저고도 소형 레이더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GIB 제공
2030년 어느 날. 안개가 짙게 낀 영종대교에 수백 대의 무인차들이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린다. 운전대 옆의 모니터로는 앞차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연쇄추돌이 생길 상황으로 보이지만 모든 차들이 안전하게 주행했다. 차량의 레이더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체크하고, 인공지능(AI)으로 정확히 판단해 안전운행을 도왔기 때문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생각보다 빨리 무인자동차, 드론 배송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되면서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와 드론 제조사들은 안전한 자율 주행 기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비행기, 선박 등에만 쓰이는 줄 알았던 레이더가 자동차 등 일상 제품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 레이더가 만드는 더욱 안전한 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월 2030년 인공지능을 장착한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GM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인텔 등 정보기술(IT) 회사도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 SSK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은 추돌이나 돌발 사고 가능성 등의 이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도 13일 신차 발표회에서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는 편의성과 동시에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레이더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레이더는 전파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감지하는 장치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 등 운전자의 오감을 대체하는 기술은 물론이고 돌고래나 박쥐처럼 신호를 쏘고 받아들이며 주변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감각기관’을 갖는 셈이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앞면에 근거리용, 중거리용, 장거리용 등 3개의 레이더를 뒀다. 후면과 측면에는 근거리용 2개를 단다. 레이더 수신감도를 높이려 여러 개의 송수신 안테나를 활용한다. 사방의 정보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아이오닉도 후면 및 측면 각 2개, 전면 3개의 레이더가 장착됐다.

문제는 레이더 성능도 보장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호승 계명대 지능형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레이더 감도를 높이려면 송수신기를 많이 달아야 하는데 송수신기 가격이 비싼 것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레이더를 많이 달면 전파 간섭으로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섭현상이 전파보다 적은 ‘라이더(LiDar)’를 레이더와 함께 쓴다”고 설명했다. 라이다는 빛을 보내고 물체에서 반사된 빛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레이더와 원리는 같다.

○ 레이더 시스템으로 드론 비행 관제

드론 배송이 실생활에 도입되지 못하는 까닭은 복잡한 도심에서 운영하기 어려워서다. 전문가들은 수백, 수천대의 드론이 안전하게 도심 하늘을 다니도록 드론을 일괄 통제하는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도시 구석구석을 감시할 ‘소형 저고도 레이더 시스템’이다.

영국 방위산업체 ‘블라이터(Blighter)’가 만든 도심용 소형 레이더 ‘B402’는 가로 67cm, 세로 50cm, 높이 13cm 크기에 무게는 24kg 정도다. 약 1.5km 떨어진 소형 택배 드론도 감지할 수 있다.

고감도 소형 레이더를 개발하려면 레이더 신호 처리 능력을 높인 알고리즘을 만들어 송수신기 수를 줄이고 신호 처리 능력을 높여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오대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팀은 빌딩 숲에서 1km 거리 이내의 물체를 인지하는 고해상도 듀얼 채널 레이더 장비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전파신호를 병렬로 받아 연쇄적으로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수신채널을 줄였다. 이로써 크기는 축소하고 해상도는 기존 기술보다 3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오 연구원은 “상용화된 세계적인 소형 레이더 수준을 3년 내로 따라잡는 게 목표”라며 “올해 8월 수신채널을 4개로 늘리는 등 성능을 개선한 레이더를 시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택배 드론이 떠다닐 미래에는 레이더를 이용한 드론 관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전일 DGIST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은 “택배 드론을 넘어 사람이 타는 탑승형 드론 시대가 올 것”이라며 “테러나 공중 충돌 위험을 막기 위해 레이더로 탐지된 드론의 비행 허가 여부까지 판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
#레이더 기술#드론#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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