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까르띠에, 미술품으로 서울을 유혹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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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서울시립미술관서 첫 해외 전시
8월 15일까지 소장 작품 100여 점 선보여… 관람료 무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하이라이트’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서울시립미술관 1∼3층 전관을 모두 빌려 치러지는 이번 전시는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제공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하이라이트’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서울시립미술관 1∼3층 전관을 모두 빌려 치러지는 이번 전시는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제공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 벽이 펼쳐진다. 정면 상단엔 마치 모빌처럼 보이는 작품이 달려 있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세라 지의 ‘솟아 오르는 것은 모두 덮어야 한다’라는 이름의 설치물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구조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재창조된 것이다. 왼쪽 벽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장 미셸의 ‘빛의 군상’이 눈에 들어온다. 초입부터 관객을 마주한 작품만 해도 여럿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소장 작품 100여 점을 들고 서울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소장품 기획전 ‘하이라이트’의 막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올랐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프랑스 명품업체 까르띠에가 현대 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1984년 설립한 단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의 1∼3층 전관을 빌렸다.

긴밀한 협업이 만든 기획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컬렉션의 세계 순회 전시를 할 첫 번째 도시로 서울을 골랐다. 개막식에 참석한 에르베 샹데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은 “저희는 서울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서울을 발견하고 싶다. 한국의 예술가들과 만나 한국의 예술을 배우고 알아가고 싶어 서울을 택했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재단 소장품이 프랑스 밖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까르띠에 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은 2년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홍이지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1년여간은 두 달에 한 번씩 담당자들이 서울과 파리를 오갔다. 소장품을 단순히 빌려오는 형태가 아니라 함께 기획해서 만든 전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직접 전시실을 디자인하고 전시장 벽면에 그림을 그렸다. 새롭게 공간을 재창조해 관람객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하이라이트에 전시된 작품은 작가 25명의 작품 100여 점이다. 까르띠에란 이름을 들었을 때 명품 주얼리나 소품을 연상하기 쉽지만 전시 작품들은 모두 명품과는 상관이 없는 예술작품들이다. 까르띠에 재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술가, 과학자, 철학자, 음악가 등을 서로 만나게 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수십년간의 전시를통해 모은 소장품은 현재 1500여 점. 50여 개국, 350명 이상의 아티스트를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다. 샹데스 관장은 “단순히 소장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와 만나고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하이라이트 전시는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홍 큐레이터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사전 이해 없이도 올 수 있는 대중적인 전시다. 단순한 키워드에서 시작한 게 어떻게 시각화되고 전시 작품으로 구현되는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향연


이번 전시에서는 론 뮤익, 데이비드 린치, 레몽 드파르동, 쉐리 삼바, 장미셸 오토니엘과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미술가 ‘이불’의 설치작품도 서울을 찾았다. 유명한 영화감독 형제 박찬욱, 박찬경 감독은 ‘파킹 찬스(PARKing CHANce)’란 이름으로 작품을 소개한다. 웹툰 작가 선우훈 씨의 작품도 있다.

넌스탠다드 스튜디오의 이세영 디자이너가 구상한 조감도에 따라 ‘발견’, ‘명상’, ‘문학’, ‘소리’, ‘놀라움’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따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불의 ‘천지’
이불의 ‘천지’
미술관 1층 중앙에 들어가서 마주 하는 작품은 이불의 ‘천지’다. 낡은 욕조 위에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 구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7년 이불 작가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고 선보였던 작품이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작품들도 많다. 중국 작가 차이궈창(蔡國强)이 종이에 화약으로 표현한 ‘화이트톤’은 가로 18m, 세로 4m에 이른다. 2층에 올라가면 호주의 극사실주의 조각가인 론 뮤익의 ‘침대에서’를 만나볼 수 있다. 가로 6.5m, 세로 1.6m, 높이 3.9m에 이르는 대형 조각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성을 거대하게 재현했다. 거대한 모습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인 듯 극사실적인 게 특징이다. 잔주름, 머리카락, 속눈썹까지 실제와 닮았다.

쉐리 삼바의 ‘나는 색을 사랑한다’
쉐리 삼바의 ‘나는 색을 사랑한다’
콩고 출신의 작가 쉐리 삼바는 강렬한 색채로 그려진 그림 ‘나는 색을 사랑한다’를 선보였다.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의 드로잉과 일본 사진작가 모리야마 다이도의 폴라로이드 사진 등 작은 이미지를 여러 개로 모은 작품도 있다.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심도 있게 탐구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생물음향학자 버니 크라우스는 런던 스튜디오 유나이티드 비주얼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를 선보였다. 1968년부터 동물의 소리를 수집해 만든 작품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동물의 소리가 얼마나 사라지는지를 표현했다. 크라우스는 전 세계 육지, 해상 동물 1만5000여 종의 소리를 포함해 총 5000시간이 넘는 소리를 녹음했다. 이런 작업을 50년 가까이 해온 인물. 작품은 11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은 동물 소리, 포효하는 소리, 물소리 등을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뉴욕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가 제작한 비디오설치작업 ‘출구(EXIT)’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구이동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자연재해, 삼림파괴 등 인간이 이주하는 여섯 가지 목적을 지도와 텍스트를 통해 보여준다.

프랑스 영화감독 레몽 드파르동과 그의 아내 클로딘 누가레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라’라는 작품으로 소멸돼 가는 부족의 언어를 담았다. 유목민, 외딴섬의 주민, 인디언 종족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뿌리, 인구와 땅의 문제, 언어, 역사를 언급한다.

파킹 찬스는 이번 전시의 커미션 작품으로 몰입형 3차원(3D) 이미지 영상설치작업 ‘격세지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픈세트를 3D 영상으로 촬영하고 실제 영화의 소리를 입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까르띠에#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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