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터넷 암시장 ‘다크웹’ 통해 마약 밀매 기승부리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1일 2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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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인터넷 암시장 ‘다크웹(dark web)’을 통한 마약밀매가 기승을 부려 미국 마약관리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인터넷 활용에 익숙한 10대들이 손쉽게 마약을 손에 쥘 수 있게 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급증하는 온라인 마약밀매의 실태를 폭로했다. 향정신성 약물의 거래 통로가 된 곳은 다크웹으로 일명 ‘지하세계의 백화점’이라고 불린다. 이런 사이트는 구글 같은 포털에선 검색되지 않으며 암호화한 네트워크로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거래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되다 보니 적발도 쉽지 않다.

마약 구매 희망자가 다크웹을 통해 결제하면 우편으로 마약이 배달된다. 주로 거래되는 물품은 마약성 진통제로 알려진 ‘펜타닐’. 소량으로도 큰 환각 효과를 볼 수 있는 물질로 알려졌다. NYT는 “얇은 서류봉투에 소량만 넣어 보내도 되기 때문에 온라인 거래용 물품으로 적합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다크웹인 ‘알파베이’ 한 곳에 올라온 펜타닐 거래목록만 4100건이 넘는다. 이런 유통방식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2013년 대표적인 다크웹 ‘실크로드’의 관리자가 체포되면서부터다. 최근엔 유사업체들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선 펜타닐 계열 약물로 인한 사망자가 9580명 발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73% 늘어난 수준이다. 2016년 말엔 유타주의 13세 소년 2명이 다크웹을 통해 구매한 가루 형태의 마약을 흡입했다가 동시에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사망한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핑키(마약의 일종)를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고 비통해했다.

NYT는 마약 거래상을 통한 오프라인 거래만 존재했던 시대에 비해 지금은 마약 단속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관리 당국에선 차라리 멕시코 밀매상을 추적하는 게 쉽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의 전 연방검사 캐스린 헌은 “새로운 유통망 때문에 마약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앞으로 거래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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