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 ‘잠’으로 돌아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꿈은 영감의 원천 잠들기 전 부탁하죠 뇌야, 아이디어를 주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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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2/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336쪽(1권), 328쪽(2권)·각 1만3800원·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80년대 한 과학저널에 자각몽(自覺夢) 관련 르포 기사를 쓸 때부터 잠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잠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영화 ‘인셉션’이나 ‘매트릭스’ 등의 영향도 물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80년대 한 과학저널에 자각몽(自覺夢) 관련 르포 기사를 쓸 때부터 잠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잠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영화 ‘인셉션’이나 ‘매트릭스’ 등의 영향도 물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소설 ‘개미’(1991년)를 통해 명성을 얻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수면 연구에 천착해온 여성 신경생리학자의 아들인 자크가 어머니의 연구를 이어받아 수면의 세계를 제어하고 꿈을 통해 시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야기.

베르베르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밤에 자다 깨는 일이 잦아졌다. 괴롭고 불편하다기보다는 왜 자다 깨게 되는지 호기심이 일어서 이번 책을 썼다”고 말했다.

“수면제는 전혀 먹지 않았다. 요즘은 밤에 깨면 화장실이나 다른 방에 가서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다시 잠이 오길 기다린다. 이번 책을 탈고하고 나서 밤에 자다 깨는 일이 많이 줄었다. 독자들도 내 이야기를 통해 보다 행복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무의식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로 작용하는 ‘클라인의 병’. 사진 출처 youtube.com
주인공 자크 클라인이 무의식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로 작용하는 ‘클라인의 병’. 사진 출처 youtube.com
주인공 자크는 잠을 통해 자신을 찾아온 미래의 자아와 교류하며 무의식의 실체를 확인한 뒤 자기기만의 속박을 벗는다. 닥치는 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자아의 조언에 기대 스스로 변화를 택하는 인물을 그려낸 베르베르는 “자크의 정신적 문제는 내 문제와 비슷하다. 젊은 자크와 나이 든 자크의 조우도 미래의 베르베르를 만나고 싶어서 만든 아이디어”라고 했다.

“테니스 경기에 비유하자면 나는 늘 서브를 받는 쪽이 아닌 넣는 쪽에 있으려 한다. 반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 사람은 약해진다. 변화를 선택하는 사람이어야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인생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항상 액션과 리액션을 반복하는 과정이지만, 반응만 하다 보면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소설 첫 장(章)에서 작가는 “하얗게 밤을 새우는 동안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창작에 매달린 소수의 몇 사람”으로 고흐, 뉴턴, 셰익스피어를 언급했다. “당신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 내겐 불면증보다 잠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나는 잠과 꿈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유지한다. 꿈은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다. 꿈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대부분 글에 쓴다. 가끔은 한 챕터 전체를 꿈에서 얻어 그대로 옮겨 쓰기도 한다. 쓰다가 막히면 누워서 뇌한테 ‘내 문제 좀 해결해줘’ 부탁하고 잠들길 기다린다. 꿈속에서 만날 여러 아이디어를 기대하며.”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자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건네는 말을 통해 “풍성한 꿈의 연료”로 드보르자크의 음악, 루이스 캐럴의 소설 등을 독자에게 추천한다. “지나치게 인공적인 맛이 가미된 꿈을 꾸게 만든다”고 꼬집은 TV에 대해 그는 “전혀 안 본다. 드라마와 영화만 골라 본다”고 했다.

“TV 광고가 너무 싫다, 누군가가 틀어주는 대로 무언가를 큐레이팅하는 과정 없이 강제적으로 시청하는 행위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는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얻는다. 책에 소개한 ‘꿈의 연료’ 외에 요즘 본 것으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덧붙이고 싶다.”

국내에 소개될 그의 다음 작품은 지난해 9월 프랑스어로 출간한 ‘고양이(Demain les chats)’다. 베르베르는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잘 자는 동물 중 하나다. 인간은 생의 3분의 1을, 고양이는 절반을 잠으로 보낸다. 인간보다 잠의 세계를 더 잘 아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개미#베르나르 베르베르#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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