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미세먼지 재려 660억이나 써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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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초중고 1만1000곳 대상
교육부, 간이측정기 설치 착수… 관리비 등 학교당 600만원 소요
노후경유차 폐차 1년 예산 맞먹어
전문가 “시급한 저감대책 많은데…”

정부가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 범위가 너무 넓고 국가 관측망들도 학교와 동떨어진 곳이 많아 미세먼지 민감군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그 비용과 시급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전국 1만1000개 초중고교에 모두 간이측정기를 설치하는 사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환경부가 관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측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만을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아직 교육청 수요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설치시기 등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정기 설치는 많은 학부모들이 요청해온 사안이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는 전국을 19개 권역으로 나눈 광역예보기 때문에 다음 날 동네 단위에서 느끼는 미세먼지와 차이가 날 때가 많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제 서울 권역 ‘보통’이라고 예보해 체육활동을 하는데 정작 오늘 우리 동네는 ‘나쁨’이다”와 같은 식의 민원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시간 관측의 경우도 전국 264개 도시대기측정망이 학교와 동떨어진 구청 등에 설치돼 학교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일단 민감군인 학생들의 야외활동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각 학교에 선제적으로 관측기를 다 설치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검토 중인 측정기 가격은 대당 약 300만 원. 필터 교환 등 8년간 관리비용을 포함하면 대당 600만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1만1000개 학교에 다 깔릴 것을 감안하면 660억 원이 든다. 노후경유차 폐차사업의 한 해 예산이 600억 원이다. 그런데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건설기계 저공해화 대책에 할당된 올해 예산은 23억 원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설계에 참여한 경기연구원 김동영 박사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더 시급한 대책들이 많은데 간이관측기 설치가 그에 우선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설치 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는 각 학교가 미세먼지 예·경보를 확인해 학교장 재량으로 실외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측정기가 설치되면 학부모들의 확인 및 감시가 늘 것으로 보여 실외활동이 크게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미세먼지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일단 교육부는 예산이 결정되는 수준을 보고 설치 범위와 시기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세먼지#간이측정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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