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청년 創農 도와 농촌일자리 창출… 스마트팜 적극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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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인터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 경쟁력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예비 농업인들에게 금융 및 기술 지원을 강화해 농촌에 고급 일자리를 늘리고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 경쟁력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예비 농업인들에게 금융 및 기술 지원을 강화해 농촌에 고급 일자리를 늘리고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청년들이 농촌에 정주하도록 돕는 것이 농협중앙회의 역할입니다. 농촌에 살고 싶은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습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비 청년 농업인들에게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밝힌 것은 ‘6차 산업’으로 거듭나려는 농촌에 걸맞은 젊은 인재를 발굴 육성함으로써 한국 농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우선 2020년까지 농가소득을 5000만 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75개의 실행 과제를 추진 중이다.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또 스마트팜 운영 농가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농협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김 회장은 내년에 전국 농업계 고등학교에서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예비 농업인’ 40명가량을 선발해 3년 동안 고교 학비와 농협대학 진학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농고 교장들과 만나 이런 방안을 소개했고 긍정적인 답변도 들었다.

김 회장은 “이런 노력들이 성공을 거둘 때 우수한 인력이 농업에 모이고 한국 농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 연다

김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2015년 기준 농가의 평균소득은 3722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 원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가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농업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김 회장의 방침에 따라 농협은 지난해 비료값 17%, 농약값 7%를 낮추는 등 생산비를 줄여 약 3000억 원의 농가소득 상승효과를 올렸다. 영농자금 대출 금리도 1%포인트 낮춰 약 400억 원의 혜택을 농민들에게 돌려줬다.

농협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엔 보다 적극적인 농가소득 향상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상호금융이 다음 달 출시하는 ‘행복이음패키지’(가칭)가 대표적이다. 가입 실적에 비례해 농협이 농업인을 위한 기금을 출연하는 금융 상품이다. 이 기금은 영세 농민들에게 우대금리 형태로 지원된다. 김 회장은 “농민들을 위한 연리 5% 정도의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농협이 마련할 600억 원 정도가 농가 이전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도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이 발전시설 비용의 80%를 융자하고, 나머지 20%도 지역 농협에서 투자받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일손이 부족한 농가는 땅만 제공하면 농사를 짓는 것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농가소득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농협의 전 임직원이 농가소득 향상 방안을 같이 고민하자는 취지에서다. 김 회장은 “올 1월부터 4월 말까지 농가소득이 48만 원 올랐다”며 “작업 효율을 높이는 농업 기술을 적극 개발해 농업 생산비용을 더 낮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스마트팜’ 운영, 최대 50억 원 지원

그동안 농협은 ‘농민이 아닌 농협의 이윤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양한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농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김 회장은 “농협이 그동안 농심(農心)을 외면해 왔다”며 “농협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익 외에는 농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윤을 환원하도록 경영 방침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올 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출시한 ‘스마트팜 종합자금’도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원격으로 비닐하우스, 축사 등 농작물 재배 시설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는 지능형 농장이다. 농협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가에 시설 설치비용 등 최대 50억 원을 지원한다. 김 회장은 “스마트팜 농가는 생산량이 28% 늘고, 인건비는 16% 줄어드는 등 경영개선 효과가 크다”며 “출시 후 20개 농가가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쌀 공급량 조절도 중요 과제다. 김 회장은 ‘생산 감소, 소비 증대’의 투 트랙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경남 밀양시에 622억 원을 들여 쌀가루 공장을 짓고 있다. 김 회장은 “밀가루 소비량의 15%를 쌀로 대체하면 쌀 소비량 30만 t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31일 전북 김제에서는 사료용 벼를 심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쌀 생산을 장려해 식용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 부실 농협 100개 통폐합…농협도 체질 개선

김 회장이 농업의 체질 개선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농협 조직의 혁신이다. 부실 농협을 통폐합하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김 회장은 “지역 농협 1131개 중 미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100개 정도의 농협을 합병하는 형식으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 조합만 없어질 뿐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에 인원 감축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관행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약 680억 원어치의 골프회원권을 처분하고 관용차 교체 주기도 늘렸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설치됐던 해외 지사도 ‘농협 무역’과 역할이 겹친다는 판단 아래 폐쇄하도록 했다. 김 회장은 “농협의 존재 가치는 농민에게 있다. 농민의 사랑을 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병원#농촌일자리#스마트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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