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힘 보탰으니 대가 내놔라” 청구서 들이미는 노동계-시민단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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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한상균 위원장 석방 촉구… 환경단체는 신규 火電 백지화 요구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팩스 투쟁
수용 불가능한 요구 적지않아 새 정부 국정운영 발목잡을 우려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노동계와 각계 시민단체가 각종 민원성 요구를 청구서 발부하듯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아군(我軍)’으로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만큼 받을 건 받아내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가 수용이 불가능한 요구도 적지 않아 일자리 창출과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아든 새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노총이 박근혜 정부 시절 함께 만든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협조의 전제 조건으로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성과연봉제 폐지를 내세웠다. 성과연봉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일자리 정책에 협조할 생각이 없고,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다.

민노총은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의 상고심은 31일 열리지만 파기 환송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민노총은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한 한국노총과 달리 심상정, 김선동 후보를 지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양대 노총 모두 겉으로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 초부터 환경 관련 업무지시가 잇따르면서 이에 편승해 다양한 요구안을 내놓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5일 ‘탈석탄국민행동’을 출범시키고 모든 신규 석탄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8개 환경단체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대책기구에 시민사회를 참여시키고 향후 전력수급 계획에 주민 동의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함께 다른 하굿둑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로 날아드는 민원도 한층 많아졌다. 한 미세먼지 시민단체는 ‘민원데이’란 날을 정해 주기적으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단체 민원을 넣고 있다. 이날이 되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서면과 전화로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 직원들은 민원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에 서면으로 접수되는 민원은 2015년 82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달까지만 해도 총 1336건이나 접수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각 지회와 분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상대로 ‘팩스 투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전교조는 ‘5∼6월 분회활동 자료집’에서 전국적 1인 시위 등도 하달했다.

전교조는 최근 청와대가 “전교조 합법화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긋자 다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무단결근 중인 노조 전임자들은 해고되고, 신규 조합원 모집도 어려워진다. 이에 전교조는 자료집을 통해 문 대통령 당선에 자신들의 공로가 있다고 밝히며 “혹자는 문 대통령이 알아서 해줄 거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바뀌고자 한다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교육계 인사는 “전교조는 과거 좌파 교육감에게도 선거 공로를 근거로 교사 처벌 유예나 인사 영입을 요구했다”며 “외부 갈등, 인사 비리를 가져왔던 일을 새 정부가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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