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절망시킨 알파고 ‘신의 한 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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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와 2국서 155수만에 불계승
사람이 둘수 없는 119手로 승부 갈라… 커제 “후반에 느슨… 인간 최대 약점”
기사들 “알파고 이기려면 전원 꺼야”… 26일 인공지능 對 인간 5명 단체전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25일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柯潔) 9단과의 두 번째 대국에서도 흑을 잡고 155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바둑의 신’ 알파고의 벽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烏)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대국에서 알파고는 커 9단이 승기를 잡았다고 방심한 틈을 타 국면을 일거에 역전시키는 ‘알파고식 신의 한 수’(흑 119)를 날리면서 승리를 결정지었다. 23일 1국에서 커 9단이 별다른 실수를 하지 않고, 알파고도 특별히 눈에 띄는 수 없이 두면서도 알파고가 완승국을 거둔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뤘다.

커 9단은 대국을 마친 뒤 “후반에 심리적으로 느슨해졌던 게 패인”이라며 “이것이 인간 최대의 약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커 9단은 “전반은 정말 좋았는데 후반 한 곳에서 그만 느슨해지고 말았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도 있었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침착하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중국 신랑왕은 “많은 기사들이 커 9단의 승리 가능성을 점쳤을 때 알파고가 119수를 놓아 국면을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대국을 해설하던 중국의 기성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은 “다시 태어나도 119와 같은 수는 둘 수 없을 것”이라며 “알파고를 이기려면 버그를 찾아내든지 아니면 몰래 알파고 전원을 뽑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1국이 깔끔하고 아름다웠다면 2국은 위압적이고 압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구글의 알파고 제작업체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국 및 일본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알파고의 새로운 버전인 ‘알파고 마스터’는 인간의 바둑 기보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와 대국하는 과정에서 결점을 찾아내 고쳐 스스로를 스승으로 삼는다. 이것이 혁신의 핵심”이라며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 알파고의 능력이 향상된 비결을 설명했다.

26일에는 알파고에 맞서 스웨(時越) 천야오예(陳耀燁), 미위팅(0昱廷), 탕웨이싱(唐韋星), 저우루이양(周睿羊) 등 5명이 함께 출전하는 단체전(상담기)이 벌어진다. 이날 단체전과 함께 열리는 복식(페어)전에는 구리(古力) 9단과 알파고A가 한 팀이 되고, 롄샤오(連笑) 8단과 알파고B가 한 팀을 이뤄 실력을 겨룬다.

자싱=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알파고#바둑#커제#불계승#구글#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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