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니 부자된 것 같고 살아있는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킬 미 나우’로 첫 연극무대 도전… 배우 신은정

자주 연극을 본다는 신은정 씨는 “객석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대에 대한 동경이 커졌다. 무대에 서면서 내 연기를 찬찬히 짚어보고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주 연극을 본다는 신은정 씨는 “객석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대에 대한 동경이 커졌다. 무대에 서면서 내 연기를 찬찬히 짚어보고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초연된 연극 ‘킬 미 나우’를 네 번 봤다. 볼 때마다 다른 대사, 다른 감정이 훅훅 들어왔다. 그 무대에 서길 소망했는데, 올해 꿈이 이뤄져 얼떨떨하고 설렌단다. 연기 경력 20년이 훌쩍 넘은 배우 신은정 씨(43)의 이야기다. 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 ‘선 차장’으로 열연했던 그는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킬 미…’를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8일 만난 그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는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고,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신 씨는 ‘킬 미…’에서 중증 장애가 있는 아들 조이(윤나무, 신성민)를 돌보느라 자기 삶을 포기한 제이크(이석준, 이승준)를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로빈 역을 맡았다. 로빈에게는 남편과 아들이 있지만 너무나 멀고 차가운 존재들이다. 한데 제이크마저 병으로 몸이 서서히 마비된다. 어마어마한 통증이 덮쳐 오자 제이크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신 씨는 제이크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면서도 외로움이 묻어나는 로빈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공연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나요.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무뎌져야 하는데, 갈수록 헤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동료 배우들도 같은 말을 해요.”

공연이 중반을 넘어가면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촉망받는 작가였던 제이크가 쓴 책을 조이에게 읽어주는 장면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책 서문이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로 시작해요. 실제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절절하게 다가와요.”

남편인 배우 박성웅 씨(44)도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냉철한 경호원 프랭크 파머 역으로 처음 무대 연기에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박 씨는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그에게 “하다 보면 좋아질 거야”라고 응원했다.

그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역적’에서 홍길동의 어머니 역을 맡았고,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역을 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단아한 아내부터 표독스러운 악녀까지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악역을 할 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어요. 강인한 역할은 물론이고 진상 부리는 역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할머니 분장이 필요 없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7월 16일까지. 2만∼5만 원. 02-766-6007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배우 신은정#연극 킬 미 나우#드라마 역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