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대 처음 ‘임기초 개헌’ 공약 지키겠다는 文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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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개헌을 언급했다. 그는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려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때인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곧바로 개헌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회에서 내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일정도 밝혔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여당 후보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도 지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 돼 개헌을 언급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할 만하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임명된 직후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1년 뒤 개헌을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법 개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개헌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16일 국회에서 당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 개헌안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이 안(案)을 내는 게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이 정한 개헌 절차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국회가 직접 발의해 국민투표로 가는 경로와 대통령이 발의해 국회를 거쳐 국민투표로 가는 경로다. 국회 주도의 개헌에 대해서는 기득권 집단화한 국회의원들에게만 개헌을 맡길 수 있느냐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어차피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길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 공약에는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의 정신을 새겨야 한다”는 내용이 4년 중임제 개헌이나 기본권 강화보다 앞서 첫머리에 나온다. 현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 3·1운동은 국가의 건립 근거를, 4·19혁명은 민주국가에의 지향을 밝힌 것이다.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은 모두 4·19 민주이념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항거이므로 4·19 민주이념 속에 포함된다. 그것을 하나하나 거론해서 무엇을 넣고, 넣지 않는다는 것은 괜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이더라도 국민 의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문 대통령 자신도 대선 후보 때 “국론이 모아지면 제가 공약한 개헌 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확인된 최소한의 개헌 국론은 대통령의 제왕화를 막을 분권과 협치의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어제 청와대 관계자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은 개헌 논의와 별도 트랙”이라고 밝힌 것은 현실감이 있다. 헌법 전문에 담을 내용을 놓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해 또다시 개헌이 늦춰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5월 18일 민주화 운동#부마항쟁#6월 민주항쟁#촛불 항쟁#4월 19일 민주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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