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줄이고 ‘공교육 살리기’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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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중간-기말고사 내년 폐지

중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를 포함한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이 없어지면 학생의 학업 부담 경감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과목 사교육이 줄어들고 수업 풍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중학교 공교육 살리기와 대학 입시 제도 개편을 연계하는 새 정부 교육 개혁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새 정부가 계획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 내실화 및 학기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해당 한 학기가 지나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오히려 자유학기에 학원을 더 많이 다니며 따로 학업을 챙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던 게 사실이다.

시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내 중학생은 자유학기제를 제외하고 매 학기 중간·기말고사를 본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다.

만약 교육부가 훈령 개정을 통해 일제고사 폐지 방향을 제시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이에 공감해 폐지 방침을 세우면 해당 지역 중학교의 중간·기말고사는 사라지게 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전국 시도교육감 절대 다수가 진보 성향인 만큼 철학적 공유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일제고사가 폐지되면 학업 능력만큼이나 교실에서의 태도나 적극성, 협업 능력 등 ‘관찰 기록’ 내용이 학생부 평가에서 중요해진다. 일제고사가 폐지된다고 해서 지필고사를 아예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전체 학년이 같은 날 집단 응시하는 석차 비교 시험을 못 보는 것일 뿐,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에는 반별 시험 등을 통해 학생의 학습 이해도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통지나 학생부 기록은 점수가 아닌 ‘서술형 문장’으로 기록된다.

내년 중1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역시 지필고사보다 교실에서의 학생 모습을 과정 중심으로 서술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이 때문에 모든 학년의 중간·기말고사가 전면 폐지되기보다는 먼저 내년 중1부터 적용되고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이 요구되지만 새 정부가 이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을 밝힌 만큼 내년 중1은 고교 입시 자체가 사라져 점수화된 내신 성적이 필요치 않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현장에선 현재의 고입과 대입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일제고사를 폐지한다 해도 사교육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공교육이 ‘시험’ 위주로 수업하지 않게 되면 시험 위주의 입시에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러지 못한 학생의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부에서 중학교 일제고사 폐지 논의가 있었지만 기초학력 저하 우려 때문에 반대했다”며 “평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지 일률적으로 폐지를 결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분야 관계자는 “현재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어 평가와 입시 정책이 같이 가면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고교학점제 등 고등학교 수업과 평가 방식 또한 새롭게 바뀔 예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중학교 평가 방식이 고교 생활에서 요구되는 창의성과 소통 능력 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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