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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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투표서 30% 압도적 지지… 거북선-금속활자-온돌-첨성대 順

1957년 열린 제1회 발명의 날 행사 모습. 특허청 제공
1957년 열린 제1회 발명의 날 행사 모습. 특허청 제공
특허는 발명을 자극하고 발명은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됐다.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제 부흥은 특허제도의 시작으로 탄력을 받았다.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18세기 영국의 증기기관도 특허법의 산물이었다. 미국이 20세기 경제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특허제도 덕분이었다. 혁신적 제품으로 입지를 다진 구글과 화이자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일제 통감부의 특허국에 등록된 한국인 특허 1호는 1909년 정인호의 ‘말총모자’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발명품들은 뭘까? 18일 특허청이 개청 40주년과 제52회 발명의 날(5월 19일)을 맞아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을 선정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이었다.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발명품 25선에 대해 누리꾼들이 2일부터 17일까지 특허청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한 온라인 투표 결과다. 훈민정음은 25개 가운데 3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0대 발명품 가운데 근대 이전에는 ‘거북선’(2위)과 ‘금속활자’(3위), ‘온돌’(4위), ‘첨성대’(9위), ‘거중기’(10위)가 뒤를 이었다. 근대 이후에는 ‘커피믹스’(5위), ‘이태리타월’(6위), ‘김치냉장고’(7위), ‘천지인 한글자판’(8위)이 차지했다.

훈민정음은 언문이나 암글 등으로 천대를 받다가 민족의식의 각성과 더불어 국문, 국서로 표현됐다.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이란 이름을 얻었다. 우리의 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훨씬 앞섰다.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백운화상 초록 불조 직지심체요절’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고유의 난방법인 온돌은 열효율이 좋을 뿐 아니라 경제적이며 고장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동서식품이 ‘맥심’이라는 브랜드로 1976년 개발한 커피믹스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도 그 이름이 통용될 정도다. 이태리타올은 거친 질감이 때를 쏙 빼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목욕습관에 안성맞춤이다. 제품 생산에 사용된 원단이 이탈리아제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제는 동양은 물론 서양 국가에서도 사용될 정도다.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1984년 금성사(현 LG)가 내놓았다. ‘기술 금성이 주부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만족…’이라는 신문 광고 문구가 아직도 생생하다. ‘김치는 항아리에 보관하는 것’이라는 전통 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천지인 한글자판은 삼성전자가 1994년 개발했다. 수직선(ㅣ)과 점(·), 수평선(ㅡ) 등 3개의 조합으로 모든 모음을 만들어 내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 한글 사용을 이끌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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