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50대 “부모 부양때 의료비가 가장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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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가 1000만원이상 지출… “내 노후 병원비 자녀에 안기대” 60%
전문가 “보험 등으로 미리 대비해야”

자영업자 김모 씨(51)는 최근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적금을 깬 것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표적 항암제에 월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쏟다 보니 어느새 종업원 월급이 밀릴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본인만큼은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두 아들에게 의지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요즈음엔 자신이 없다. 김 씨는 “나는 부모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40, 50대 대다수는 부모의 의료비를 대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중에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지난달 40∼59세 남녀 1000명을 설문해 나온 이 같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8.1%)는 부모 부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의료비다. 부양 부담의 원인 두 가지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의료·간병비를 꼽은 사람이 48.9%였고, 생활비와 간병 부담이 각각 47.6%와 33.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48.2%는 이미 부모 의료비로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고, 8.3%는 지출액이 5000만 원이 넘었다. 이런 의료비와 부양 부담 탓에 본인의 노후 준비와 자녀 양육에 지장이 생겼다는 응답은 각각 42.3%, 34.6%였다.

이는 응답자의 부모들이 4명 중 3명꼴로 입원 및 장기통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노년층의 중증·만성질환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주된 원인은 △암(34.5%) △고·저혈압(27.6%) △뇌혈관질환(24.7%) △당뇨(23.9%) △척추질환(20.5%) 순이었다.

응답자 상당수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모의 의료비에 대해 높은 책임감을 보였다. 의료비를 자녀인 자신이 전액 부담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만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57.8%였고, 부모가 스스로 부담하되 부족하면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38.7%였다. “무조건 부모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 등은 3.5%로 극소수였다.

반면에 “응답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자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물음엔 60.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수창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장은 “40, 50대는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첫 세대”라며 “노후 의료비가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료비#노후#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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