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해역 발견된 유해, 구명조끼 양보한 고창석 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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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후 미수습자 첫 신원 확인
참사 당시 객실 곳곳 뛰어다니며, “빨리 나가라” 제자들 탈출 도와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주고 “빨리 나가라”면서 탈출을 도운 ‘또치쌤’이 1127일 만에 돌아왔다.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유해가 미수습자 9명 중 한 명인 단원고 고창석 교사(당시 40세·사진)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5일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유골 1점이 고창석 교사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세월호 인양 후 나온 유해에서 신원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 교사의 유골은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뒤 침몰해역(SSZ-2구역)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 맞닿아 있던 곳으로 유골 발견 가능성이 커 집중 수색이 진행돼 왔다. 당초 DNA 검사에는 1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유골이 발견된 지 12일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견된 고 교사의 유해는 정강이뼈로 유전자 채취와 분석이 수월한 부위다.

참사 한 달 전인 2014년 3월 단원고 체육교사로 부임한 고 교사는 제자들을 각별히 아꼈다. 술·담배를 하며 엇나가는 제자들을 엄하게 꾸짖는 대신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들어줬다. 제자들은 고슴도치 머리를 한 고 교사에게 ‘또치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친근하게 따랐다.

학교에 출근할 때는 꼭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다. ‘체육교사가 왜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지 않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체육도 학문이고 절대 가볍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고 교사는 가족을 유난히 아꼈다. 쉬는 날이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캠핑을 자주 다녔다. 매년 생일과 결혼기념일이면 교사였던 아내 민모 씨(39)의 사무실에 꽃바구니를 보낼 정도로 자상했다.

생존 학생들은 고 교사가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던져주며 구조를 위해 뛰어다녔다고 증언했다. 대학 시절 바다에서 인명구조를 할 정도로 수영을 잘한 그였지만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고 교사의 유족들은 영안실에 보관 중인 유해를 넘겨받는 대로 장례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아닌 가라앉았던 해역에서 발견된 유해가 고 교사로 확인되자 “우려했던 미수습자 유실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세월호#미수습자#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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