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光州… 1만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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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그날의 함성 들리는듯… 5·18전야제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유가족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이 광주 동구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이날 ‘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린 
전야제에서는 문화예술단체의 공연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그날의 함성 들리는듯… 5·18전야제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유가족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이 광주 동구 금남로를 행진하고 있다. 이날 ‘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린 전야제에서는 문화예술단체의 공연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기념식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5·18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박 처장은 쫓겨났다. 참석자는 3000여 명에 그쳤다.

정부의 제창 불허 방침에도 당시 여야 지도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자진해 따라 부르는 ‘셀프 제창’을 했다. 반면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불참하면서 추모 분위기는 증발된 채 국론 분열의 민낯만 드러내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 열리는 37주년 기념식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10시부터 5·18민주묘지에서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진행될 기념식에는 1만 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다.

○ 문재인 정부 첫해 ‘화합’에 중점

이번 기념식에는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뿐만 아니라 4·19혁명 등 역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단체 관계자들도 대거 초청됐다. 일반 시민도 신분증만 있으면 참석할 수 있다. 과거엔 사전 등록을 하거나 초청장을 보유한 사람 등에 한해 입장할 수 있어 다소 폐쇄적이었다.

기념식은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것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훈처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식순에 포함하고 참석자가 모두 따라 부르는 제창 형식으로 진행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8년까지 공식 식순에 포함돼 제창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다음 해인 2009년부터 식전 비공식 행사로 진행됐다. 2011년부터는 공식 식순에 다시 포함됐지만 합창단이 부르고 참석자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따라 부르는 합창으로 변경됐다. 이후 “5·18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창해야 한다”는 광주시민 및 유가족, 당시 야권과 “제창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불허한 보훈처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 여야 지도부 광주 총출동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하며 5·18 정신을 강조했던 만큼 행사 참석 여부도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4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다.

기념식엔 17일 임명된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 여야 5당의 지도부와 전 대선 후보(미국 체류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 제외)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식 중 진행될 기념공연에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 씨도 참석한다. 전 씨는 가수 양희은 씨 노래 ‘상록수’를 부를 예정이다. ‘상록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래로도 유명하다.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 전략의 하나로 전 씨를 섭외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선 전까지만 해도 초대 가수 명단에 없던 전 씨는 16일 기념식 참석 요청을 받았다. 공연 리허설을 위해 17일 5·18민주묘지를 찾은 전 씨는 “의미 있는 무대라고 생각해 기념식 초대를 흔쾌히 수락했다”며 “5·18(기념식)에 국민 모두가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 전야제

17일 오후 8시부터는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렸다. 옛 전남도청 앞은 1980년 5월 16일 ‘민주화대성회’에 나선 시민들이 횃불을 든 곳이다.

전야제는 ‘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그날의 기억’, ‘지금 여기 우리는’, ‘민중의 함성’ 등 3부로 나눠 진행됐다. 행사는 내벗소리 민족예술단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됐다.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친 가운데 5·18 유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5·18 희생자 권호영 씨 어머니는 “나는 무명열사의 묘에 있던 아들을 22년 만에 찾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도 빨리 가족을 찾았으면 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무대에서는 27년 전 당시처럼 횃불 37개가 타오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다시 힘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자는 뜻을 담아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 / 광주=이형주 / 임희윤 기자
#5·18민주화운동#임을 위한 행진곡#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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