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의 ‘볼레로’ 악기음 대신 일상 소음으로 파격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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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공연 ‘쓰리 볼레로’ 안무 맡은 현대무용수 김설진
‘댄싱9’ 우승한 유럽 진출 1세대… 김용걸-김보람과 함께 ‘3색 무대’
콘서트 인연 이문세 소속사와 계약

한때 우유 배달까지 하려고 할 만큼 생계를 고민했던 안무가 김설진은 요즘 무대 위와 무대 밖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춤을 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그는 웃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때 우유 배달까지 하려고 할 만큼 생계를 고민했던 안무가 김설진은 요즘 무대 위와 무대 밖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춤을 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그는 웃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현대무용의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지만 안무가 김설진(36)의 이름은 많이 알려졌다. 그는 유럽 진출 1세대 현대무용수이자 벨기에의 세계적 무용단인 ‘피핑 톰’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춤 경연 프로그램인 ‘댄싱9’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해졌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바빴다. 6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의 안무를 맡았다. 김용걸, 김보람과 함께 라벨의 ‘볼레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다른 두 사람은 오케스트라 음악을 배경으로 사용하는데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볼레로를 계속 듣다 보니 모든 소리가 볼레로로 들리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경험해 봤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악기 음을 빼고 비슷한 음역대로 이뤄진 일상의 소음을 넣어봤어요.”

올해 초 그는 가수 이문세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대무용수로는 드문 일이다. 2015년부터 이문세 콘서트의 안무 총감독으로 활동해온 것이 인연이 됐다.

“올해부터 이문세 콘서트의 총연출을 맡게 됐어요. 제 안무 작업은 연출에 가까워요. 무용수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제가 편집하고 구성해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 고민하는 거죠. 소속사가 생기니 안무와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댄싱9’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전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했지만 방송 뒤에는 무대 밖에서도 바빠졌다.

“잡지, 방송, 강연 등 외부 활동이 많아졌어요. 물론 무대 일도 바빠요. 예전에는 공연한다고 홍보를 해도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먼저 연락해 오는 사람이 많아졌죠.”

10년 전만 해도 생계유지를 위해 우유 배달을 할까 고민할 만큼 힘겨워했던 그다. 2014년 무용단 ‘무버’를 출범시킨 그는 한때 단원들의 생계를 무엇보다 걱정했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예민했어요. 단원들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이 일 저 일 맡아서 했죠. 어느 날 단원들이 그러더라고요. ‘먹고사는 것은 스스로 해결하면 되니 예술적 배고픔을 채워 달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마음껏 춤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평생 춤을 추겠느냐고 묻자 그는 “한 가지 직업을 계속 갖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춤으로 인해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해요.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춤보다 재미있는 게 있다면 그걸 하고 싶어요. 재미없으면? 그만둬야죠.(웃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설진#라벨 볼레로#댄싱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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