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음악은 듣고 다니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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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

3년 넘게 연락 두절하고 지낸 E에게 며칠 전 내가 건넨 첫 메시지다. “잘 지내냐”는 도입부 따위 우리 사이엔 언제든 필요 없으니까. 서로가 좋아할 만한 힙합이나 록 동영상을 발견하면 무심한 척 공유하는 걸로 안부 묻기를 대신했으니까. ‘어떻게. 음악은 듣고 다니냐?’

“살아있네∼∼.”

그의 대답이 ‘딩동’ 날아든다. 미국 힙합 그룹 사이프레스 힐의 ‘Rise Up’(사진) 뮤직비디오. 내가 보낸 그 영상을 보면서 녀석은 보나마나 커다란 입을 씩 벌리며 미소 지었으리라. 무대 위에서 합주하며 그와 눈빛을 나눴던 게 도대체 언제였더라.

지난 주말, 오랜만에 상경한 E와 접선했다. 같이 다니던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치킨집에 마주 앉아 근황을 나눴다. “형, 나 오래 참은 것 같아. 승진하기 좋은 자리에 온 것 같은데, 사표 쓸까 해. 음악 다시 시작해 보려고.” 나이깨나 먹은 E의 미래가 많이 걱정됐다. 그러면 안 되는데 반가웠다. ‘녀석, 살아있었네….’ 잠시 뜸들인 E가 한마디 툭 던졌다.

“…같이 할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사이프레스 힐#ris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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