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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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얼마나 마음 아프겠나”… 故 김초원 교사 부친에 위로전화
유족들 “후보때 약속 지켜줘 감사”
불가 입장이던 인사처 “신속 이행”… 시행령 개정 놓고 논란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은 ‘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당시 26세·여)와 이지혜 씨(당시 31세·여)의 순직 처리를 지시했다. ‘불가(不可)’ 원칙을 고수하던 인사혁신처는 “순직 인정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는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에 대한 논란을 끝내고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순직 처리를 지시한 뒤 김 교사의 부친 김성욱 씨(58)와 통화했다. 김 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기에 감사받을 일이 아니다”며 “스승의 날이라 얼마나 마음이 더 아프겠느냐”고 위로했다. 이어 “제도를 바꿔서 정규직이든, 기간제든 공직 수행 중 사고가 나면 순직 처리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세월호 희생 교사 유족 대표를 맡고 있다.


그동안 인사처는 4만6000여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상의 순직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5시간여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은 ‘세월호 피해지원법’을 개정해 반영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국회의 법 개정이 늦춰져 왔다”며 “공무원연금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인정하는 자’도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시행령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처 관계자는 “산업재해 보상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국가유공자법상 예우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보훈처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확정된 시기와 방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공무 수행 중 다치거나 숨진 이들 측에서 소급 적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1년 가까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인 유족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며 반겼다. 김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초원이가 살아있으면 스승의 날에 제자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었겠지’ 하면서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오늘은 대통령 지시에 오전 내내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지켜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교사의 유족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 달 1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지만 순직이 인정되는 대로 김 씨는 소를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순직 인정 절차가 늦어지면 선고 기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황태호 taeho@donga.com·유근형·황성호 기자
#문재인 정부#세월호#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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