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 뿌리 ‘선농단’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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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단역사문화관 위탁관리하는 김혜리 코리아헤리티지센터 대표

사회적기업 코리아헤리티지센터 김혜리 대표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선농단역사문화관에서 농기구인 지게에 기대어 활짝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회적기업 코리아헤리티지센터 김혜리 대표가 11일 서울 동대문구 선농단역사문화관에서 농기구인 지게에 기대어 활짝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선농단(先農壇)역사문화관은 20일부터 9월 말까지 문화재청과 함께 동남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의 풍년 기원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세계의 이색 농경문화전을 연다. 선농단역사문화관은 지난해와 올해 이색 설렁탕 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선농단역사문화관장은 코리아헤리티지센터의 김혜리 대표(39)다. 코리아헤리티지센터는 2015년부터 서울 동대문구 선농단역사문화관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문화관을 사회적 기업이 위탁 관리하는 첫 사례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청과 노동부가 시작한 문화 분야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가 한순간 날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도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도록 돕는 사회적 기업을 2009년 만들었습니다.”

코리아헤리티지센터는 문화재청과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문화재형 사회적 기업이다. 김 대표는 역사 전문가 6명과 함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문화유산 교육 강사도 양성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이다.

“제가 선농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 공모에 응모하면서입니다. 선농단 등 동대문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조선의 해가 뜨는 생생 코스’가 선정됐습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선농단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선농단은 고려시대부터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백성들과 함께 직접 소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곳이다. 김 대표는 “사회가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가 옅어져 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선농단역사문화관에는 선농단의 역사는 물론이고 한국 농경 활동의 역사와 농사짓는 법, 농경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김 대표는 도시농부학교(학생 및 일반인 대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농사짓는 법도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열리는 선농대제에 지난해부터 설롱요리대잔치 행사를 가미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제례행렬과 제례의식, 제례악 등으로 진행되는 행사에 설렁탕 경연이 들어가자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선농대제는 조선시대 선농단에서 풍년을 기원하던 제사다. 올해는 4월에 열렸다. 우리가 평소 자주 먹는 설렁탕은 선농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이 선농대제를 지낸 뒤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끓인 국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을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단으로 부르다 선농탕, 설렁(롱)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가 많다. 동대문구에는 선농단을 비롯해 서울약령시, 세종대왕기념관, 홍릉수목원, 청량사, 연화사 등 요소요소에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을 계속 찾아 국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아이템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선농단역사문화관#김혜리 코리아헤리티지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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