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시장 ‘오후 6시의 결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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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차트 개편 따라 종전 자정이던 신곡 발표 시간
하교-퇴근시간대로 대부분 옮겨와

15일 오후 6시 신곡 발표를 예고하는 그룹 트와이스의 티저 화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5일 오후 6시 신곡 발표를 예고하는 그룹 트와이스의 티저 화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의 타임라인이 바뀌었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인기 가수 신곡 음원의 80% 이상이 오후 6시에 발표되고 있다. 음원 시장 격전장이 종전에 조용한 한밤중이었다면 지금은 하교와 퇴근시간대로 옮아 왔다.

최근 컴백한 아이유, 혁오, 싸이 등 음원 파워가 있는 가수들은 일제히 발표 당일 오후 6시에 음원 서비스를 개시했다. 15일 새 미니앨범을 내는 트와이스 역시 오후 6시를 ‘D―아워’로 잡았다. 가요기획사들의 전략적 시점이 발표일 당일 0시에서 오후 6시로 18시간 이동한 셈이다.

대형 가수들은 종전에 주로 자정에 신곡을 냈다. 늦은 밤이라 음원서비스 이용자의 절대수가 적기 때문이다. 해당 가수의 팬들이 일제히 몰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소비하면 차트 정상권에 거의 무혈 입성할 수 있었다.

원인은 실시간 차트 개편이다. 멜론, 지니 등 음원서비스사들은 올 2월 말 실시간 차트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안에 따라 집계 방식을 바꿨다. 당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된 신곡에 한해 실시간 소비량을 즉각 차트에 반영키로 한 것이다.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정오 전까지 발표된 음원은 매 시간 갱신되는 실시간 차트에 그 소비량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다음 날 오후 1시 차트부터 실시간 경쟁 구도에 진입할 수 있다. 이 시스템하에서는 자정에 신곡을 공개할 경우 12시간 동안 소비된 양은 사표(死票)가 되고 만다. 가수들 입장에서는 신곡으로 바로 반응을 얻고자 할 경우 시점을 정오∼오후 6시로 옮길 수밖에 없다.

특히 오후 6시는 음원 이용자가 늘기 시작하는 퇴근과 하교 시간대여서 중요해졌다. 멜론과 네이버 뮤직 관계자는 “신곡 발표가 최근 오후 6시와 정오, 딱 두 시간대로 나뉜다. 그중에도 오후 6시 발매 비율이 압도적”이라고 했다.

차트 정상 입성 소요시간이 길어진 것도 눈에 띈다. 오후에는 특정 가수의 팬이 아닌 일반 소비자, 즉 부동층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진영 포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종전 체제에서 자정에 냈으면 팬들의 도움으로 바로 1위에 진입했을 가수들이 요즘엔 5∼15위로 진입한 뒤 2∼20시간 걸려 정상을 밟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트와이스#디지털 음원시장#오후 6시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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