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 학대’ UAE 공주 8명, 9년만에 첫 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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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벨기에 초호화 호텔서 하인 20명 감금한채 잔반 식사 강요
벨기에법원 궐석재판… 벌금만 물듯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공주 8명이 벨기에 브뤼셀 호화 호텔에서 8개월여 동안 머무르며 하인 20여 명을 학대한 혐의로 9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UAE 아부다비 토후의 미망인인 셰이카 함다 알 나흐얀과 딸 7명이 2008년 호텔의 한 층 전체의 53개 객실을 통째로 쓰면서도 20여 명의 하인들에겐 월급으로 하루 방값에도 못 미치는 500달러(약 56만5000원)만 주고 사실상 감금하며 현대판 노예처럼 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당시 하인 중 1명인 31세 모로코 여성이 호텔을 탈출해 브뤼셀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공주들이 호텔 곳곳에 경비원을 배치해 하인들이 밖에 나가는 걸 막았고, 공주들이 먹다 남긴 잔반으로 식사를 하게 했다는 게 하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인들은 언제든 공주들의 명령을 받기 위해 24시간 내내 공주들 방의 바닥에서 대기하며 잠을 잤다고도 주장했다. 한 하인은 3일 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주들은 하인들에게 적합한 비자를 받아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브뤼셀 법원이 12일 첫 재판을 열기까지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다. 공주 측이 법적 절차마다 이의를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공주 측이 고용한 최고급 변호사 3명은 벨기에 법원을 드나들며 ‘경찰이 공주의 스위트룸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지’ 등의 세부적 절차에 대해 법적 논쟁을 벌여 왔다. 공주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수십만 달러의 벌금과 실형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UAE가 공주들을 벨기에로 보내 형을 살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방송은 전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uae#공주#재판#하인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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