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사설]과거보다 미래 향한 통합·복지 대한민국으로
더보기

[사설]과거보다 미래 향한 통합·복지 대한민국으로

동아일보입력 2017-05-13 00:00수정 2017-05-13 00: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업무지시 2호로 ‘국정 교과서 폐지’와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세월호’ 재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박근혜표’ 정책 청산에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외치면서 ‘과거’에 눈을 고정한 채 내부 분열을 자극하는 행보를 이어간다면 갈등 치유를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와 어긋난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인 국정 교과서는 6개월 만에 사라지고, 올해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됐다. 본란은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 관점은 심각한 문제지만 국정화 역시 역사 교육의 획일화란 점에서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폐지 조치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거나 ‘편가르기 교육’의 또 다른 역사전쟁으로 치달아선 안 될 것이다.

세월호 재조사를 주문한 것도 심상찮다. 문 대통령은 그제 “세월호 특조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다시 좀 제대로 조사되고 진실이 규명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적 같은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 밝혀진 상황에서 인양된 선체 조사가 진행되는 마당에 세월호 2차 특별조사위원회까지 출범시켜 소모적 논란을 부를 참인가.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적폐 청산’과 대통합을 말했지만 대통합보다는 적폐 청산이란 이름의 과거 파헤치기에 역점을 두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의 갈등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올해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5년마다 사회통합지수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사회통합 인식의 장애물로는 빈부격차와 이념갈등이 지목됐다. 사회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소 82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략을 위해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정 교과서 폐지 등이 이념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면 소득 불평등에 뿌리를 둔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계층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08년부터 개선된 소득분배가 작년에 악화됐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상위 20% 가구는 소득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사상 최대의 감소폭(5.6%)을 기록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4000원으로 정규직(279만5000원)의 53.5% 수준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23만 원으로 대기업(513만 원)의 62.9%였다.

새 정부는 사회갈등 해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약자도 기회의 평등과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복지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문 대통령은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고, 만 0∼5세 아동수당(월 10만 원)과 청년구직촉진수당(월 30만 원)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생애주기별 복지사회 청사진엔 공감하지만 관건은 재원 마련 대책이다. 대선공약집을 보면 전체 공약에 필요한 재정 35조6000억 원 중 복지 관련 지출이 24조3000억 원에 이른다. 기초연금 인상에 연 4조4000억 원, 이미 보육지원에 양육수당을 주고 있는데 아동수당까지 만들면 연 2조6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해마다 ‘보육대란’이 반복되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번 실시한 복지는 되돌리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란 이름 아래 퍼주기식 복지를 늘리기보다 취약계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맞춤형 복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공약 구조조정으로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복지 경쟁을 벌였지만 집권세력이라면 국가 장래를 위해 포기할 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서 복지 확대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탄핵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첨예하게 분열된 한국 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통합이 절실한 화두로 떠올랐다. 취임 첫날 소통과 공존을 앞세운 것과 달리 적폐 청산에 가속페달을 밟는다면 혼란스러운 행보로 비칠 수 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한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이 앞으로의 5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일관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이념 계층 세대 등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문재인#국정 교과서 폐지#임을 위한 행진곡#세월호 재조사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