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못다 한 꿈 이뤄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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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초음속 비행기 개발 경쟁

첫번째 사진은 미국의 항공기 스타트업인 붐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마하 2.2(시속 2335km)의 초음속 여객기 ‘붐’과 축소형 시험모델인 ‘베이비 붐(XB-1)’의 상상도. 두번째 사진은 미국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가 2018년 12월 첫 운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스파이크 S-512’의 실내를 나타낸 그래픽. 스파이크 S-512는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창문을 없애는 대신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승객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붐테크놀로지·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첫번째 사진은 미국의 항공기 스타트업인 붐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마하 2.2(시속 2335km)의 초음속 여객기 ‘붐’과 축소형 시험모델인 ‘베이비 붐(XB-1)’의 상상도. 두번째 사진은 미국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가 2018년 12월 첫 운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스파이크 S-512’의 실내를 나타낸 그래픽. 스파이크 S-512는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창문을 없애는 대신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승객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붐테크놀로지·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오후엔 뉴욕에서 일하고 저녁에 귀국하는 것이 가능할까? 왕년에 초음속(超音速) 여객기로 유명했던 ‘콩코드’라면 가능했을 텐데…. 2003년 콩코드의 마지막 비행 이후 초음속 여객기 소식이 잘 들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비싼 항공료와 극심한 소음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소음을 줄이고, 비용까지 낮춘 차세대 초음속 비행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저렴하고 빠른 초음속 비행 시대가 과연 열릴까.

○ ‘콩코드’ 약점 극복한 초음속 여객기 등장


마하 2.0(시속 2173km)으로 하늘을 가르며 프랑스 파리∼미국 뉴욕 구간을 3시간대에 주파하는 콩코드는 1970, 80년대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꼽혔다. 그러나 콩코드가 음속(시속 1225km)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굉음(소닉 붐)은 소음 공해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항공권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였다. 이코노미석 가격이 일반 비행기 1등석보다 3배나 비싸 ‘부자들의 항공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연료를 보통 비행기보다 2배 이상 많이 사용하는 등 경제성도 떨어졌다. 콩코드는 2000년 폭발사고 등을 겪으면서 결국 2003년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현재는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초음속 여객기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기업 중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은 미국의 항공기 스타트업 붐테크놀로지다. 파일럿이자 아마존 임원이었던 블레이크 숄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했다. 붐테크놀로지는 2023년 첫 운항을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 ‘붐(Boom)’을 개발 중이다. 올해 3월까지 총 4100만 달러(약 46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붐의 예상 속력은 시속 2335km(마하 2.2)로 콩코드보다도 10% 빠르고, 일반 여객기(마하 0.85)보다는 2배 이상 빠르다. 현재 7시간 이상 소요되는 미국 뉴욕∼영국 런던 구간을 3시간 15분 만에 갈 수 있다. 뉴욕에서 런던을 왕복하는 항공 요금은 5000달러(약 568만 원)에 맞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콩코드의 4분의 1 수준이다. 숄 CEO는 “일반 여객기의 비즈니스석 요금으로 이동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압축된 공기 분산시켜 소음 줄인다

초음속으로 비행기가 이동하면 기체 앞쪽으로 충격파가 생긴다. 비행기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기를 점진적으로 압축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충격파로 인해 공기가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를 겪으면서 ‘쾅’ 하는 굉음을 내는 것이다. 따라서 기체의 표면 형태를 바꿔 주변의 공기 흐름 패턴을 적절히 조절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조태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력성능연구팀 박사는 “주행 소음 자체를 줄이거나 부분적으로 발생한 소음들이 서로 상쇄되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기체의 형태를 개선한 붐의 소음은 85dB(데시벨)로, 110dB을 넘어섰던 콩코드보다는 조용하다. 붐테크놀로지는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버진갤럭틱과 공동으로 올해 말 붐의 축소형 기술시험 모델인 ‘베이비 붐(XB-1)’의 첫 비행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역시 기존 초음속 비행기가 가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록히드마틴과 함께 ‘조용한 초음속 기술(QueSST)’을 개발 중이다. 소음 없는 1인용 초음속 경비행기 ‘X-플레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X-플레인은 비행기 앞부분의 코가 길어 앞쪽에 생기는 충격파를 줄여 준다. 기체 뒤쪽에는 충격파가 굉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화시켜 주는 T형 보조 날개가 달려 있다. 이를 통해 나사는 예상 소음을 75dB 이하로 줄였다. 피터 로지피디스 록히드마틴 QueSST 매니저는 “X-플레인이 비행하면서 내는 소리는 기존 초음속 비행기의 소닉붐보다는 심장 박동 소리에 가깝다”며 “지상에서는 초음속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X-플레인의 첫 비행 시험은 2021년경 이뤄질 예정이다.

○ 경량화, 최적화로 연료소비효율 높여 비용 절감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료소비효율을 높여야 한다. 붐테크놀로지는 우선 기체의 크기를 줄이고 가벼우면서도 열과 압력에 강한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했다. 콩코드는 최대 100명의 승객이 탈 수 있지만, 붐은 최대 45명이 탈 수 있고 무게는 6만8000kg으로 보잉787의 30%에 불과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비용과 성능시험 비용을 줄였다. 회사 측은 “붐은 소프트웨어(SW)로 기체에 작용하는 공기력, 압력, 유속 등을 평가하는 풍동시험을 1000회 이상 반복해 최적화한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가장 빨리 콩코드의 뒤를 이을 초음속 여객기는 미국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12∼18인승의 ‘스파이크 S-512’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18년 12월부터 운항이 시작된다. 속력은 마하 1.6(시속 1770km)으로 붐보다는 느리다. 이 비행기는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창문을 없앴다. 그 대신 창문 자리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으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고, 영화나 게임도 즐길 수도 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초음속 비행기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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