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의 개혁 실험… 총선 공천자 절반 정치 신인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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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접수… 1만6000명 몰려… 농부-작가-은행원 등 직업 다양
“똑같은 기회” 낙하산 공천 배제… 공화-사회당 등 기성 정당 긴장

‘정치 아웃사이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인이 프랑스 역사상 전무후무한 정치개혁을 시작했다.

마크롱이 소속된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다음 달 총선에 출마할 공천자 명단을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창당해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앙마르슈는 올해 1월부터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온라인으로 공천 신청자 등록을 받아왔다. 전국 577개 지역구에 1만6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1차로 이미 발표한 14명을 제외하고 563명 중 450명을 이날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직접 신청자들을 만나며 공천 작업을 챙겨온 마크롱은 당선 직후인 8일 앙마르슈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정치혁명을 기치로 내건 앙마르슈의 첫 번째 공천 기준은 새로움이다. 후보 중 절반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신인들로 채울 계획이다. 앙마르슈가 지난달 1차 공천한 14명의 공천자의 직업은 농부, 기업인, 작가, 경찰, 은행원, 변호사 등 다채로웠다. 나이도 31세부터 68세까지 다양했다. 정치 경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체로 평생 지역에서 활동해온 이들로 지난 1년 동안 앙마르슈 지부에서 활동하며 지역 공약 및 여론을 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마크롱은 “여성 지원자가 너무 적어 걱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계획이다. 깨끗한 정치개혁을 내세운 마크롱은 전과가 있거나 피선거권이 한 번이라도 박탈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문제가 된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의 경우처럼 가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면접 때 미리 다짐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낙하산 공천 배제다. 사회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가 사회당이 아닌 앙마르슈로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장폴 들르부아예 앙마르슈 공천위원장은 “사회당이든 보수당 출신이든 다른 공천 신청자들과 같은 줄에 서야 한다. 우리는 직업을 잃을까봐 두려운 정치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니다. 프랑스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사람을 원한다”고 단박에 거부했다.

온라인으로 공천을 신청하려면 본인의 직업 경험, 선출직 경험, 지역 활동 내용, 정치 동기, 전과 기록 등 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엄격한 공천 심사를 동등하게 거쳐 전화로 당선 여부를 통보를 받는 시스템에 예외는 없다. 밀실에서 공천 주고받기식 구태 정치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조건은 앙마르슈의 프로그램(공약)에 동의하는 것이다.

마크롱의 정치 실험에 공화당과 사회당 등 기성 정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앙마르슈 후보와 맞서 싸우는 것이 부담스러운 의원들이 대거 앙마르슈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577석을 모두 발표할 것으로 봤으나 113명을 남겨뒀다. 마크롱은 최대한 총선 전 정치판을 흔들어 ‘과거 세력’ 공화당과 사회당 대(對) ‘미래 세력’ 앙마르슈의 구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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