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안보보좌관, 트럼프에게 혼쭐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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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비용 미국이 부담’ 원칙 유지
트럼프 분노… 전화 걸어 고함 질러
동맹과 관계 놓고 갈등 커질 조짐

미국 백악관 내에서 ‘어른들(The Axis of Adults)’ 중 하나로 통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식 외교·안보 정책을 관리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트럼프와 충돌했다. 전통의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길 원하는 맥매스터가 선거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및 그 측근들과 충돌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맥매스터가 사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가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고 8일 전했다. 맥매스터는 지난달 30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재협상이 있기 전까진 (기존 사드 협의 내용은) 유효하다. 우리가 한 말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맥매스터가 합의 내용을 지키겠다고 인터뷰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격노(livid)’했으며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고함도 질렀다. 당시 맥매스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피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거래적(transactional)’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경시하는 듯한 돌출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맥매스터와 트럼프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의 동맹국 비하 발언은) 맥매스터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동맹국들과) 안 좋은 감정을 풀면서 동시에 자신의 보스를 비판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근 사석에서 맥매스터를 임명한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전에서 맥매스터를 ‘내 정책을 해치는 장군’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에 여전히 건재한 ‘미국 우선주의’ 선봉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영향력이 맥매스터를 괴롭힌다는 분석도 있다. FP는 배넌 측이 맥매스터를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개입주의 정책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트럼프와 맥매스터의 불화설 역시 배넌 측이 맥매스터를 축출하기 위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맥매스터#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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