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피보다 진한 사랑, 그게 가족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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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가족 돕는 입양아 출신 박요한씨

박요한 씨(오른쪽)가 홀트아동복지회 발달놀이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대기 아동에게 놀잇감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박요한 씨(오른쪽)가 홀트아동복지회 발달놀이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대기 아동에게 놀잇감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자신이 ‘행복한 입양아’라며 다른 입양아와 입양 가족이 더 행복해지게 돕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기독교음악(CCM) 가수 박요한 씨(41)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4년부터는 입양아와 가족들을 위해 콘서트를 열고 상담활동도 펼치고 있다.

박 씨는 생후 한 달쯤에 지금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형이 진짜 아들이 아니래.” 중학교 2학년 때 친척 동생으로부터 입양 사실을 처음 들은 박 씨는 한동안 방황했다. 가출을 하고 부모에게 반항도 했지만 어느 날 아침 몰래 아들을 위해 흐느끼며 기도하는 양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신과 양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피가 아니라 사랑이 가족을 만든다는 진리를 뒤늦게 알았다”고 박 씨는 말했다.

2003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힘들게 신장투석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랑하는 양아들의 신장은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끝에 일어난 일이었다. 박 씨는 어머니가 원하던 CCM 가수의 길을 걷기로 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양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박 씨에게 생모의 소식이 닿았다. 입양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중앙입양원이 운영하는 ‘뿌리찾기’ 프로그램을 알게 돼 사연을 남겼는데, 얼마 뒤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생모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미혼모라는 두려움에 자신을 버렸지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보며 박 씨는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그 일을 계기로 박 씨는 홀트 측과 함께 미혼 한부모 가정과 입양 가족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사랑하는 양부모를 만났고, 친모도 만나 관계를 회복했으니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행복한 입양아’라는 박 씨다. 그는 미혼모와 입양에 대한 편견이 큰 한국 사회에 자신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혈연을 선호하며 입양을 망설이고, 또 많은 미혼 한부모가 경제력을 이유로 아이를 ‘더 좋은 곳에 보내자’며 양육을 포기한다. 하지만 가족의 바탕은 혈연도 경제력도 아닌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전국을 돌며 입양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입양아와 입양 가족, 어렵게 양육을 이어가는 미혼 한부모 가정을 찾아가 상담하고 용기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 청소년이 박 씨와의 지속적인 상담 덕에 다시 마음을 잡고 대안학교에 진학하기도 했다.

결혼해 세 아이의 아빠가 된 박 씨는 마지막으로 ‘입양을 선전하는 건 영아 유기를 용인하는 꼴’이라는 주장을 이렇게 반박했다.

“위탁가정에 맡겨진 아이들을 한 번만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떤 실수와 상황으로 버려졌든 그 아이들 모두가 따뜻한 가정과 엄마 아빠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걸요. 내가 그랬잖아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입양가족#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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