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장’ 대신 ‘영실장’… 내각에 군림하던 청와대 힘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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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靑참모-내각 인선
초대 靑비서실장에 임종석

청와대 입성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치고 당선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기 위해 본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입성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치고 당선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을 하기 위해 본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을 이끌어갈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 투명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비서실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비서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 정책 분야 수석 폐지로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

50대 초반 비서실장 임명은 젊은 청와대, 일하는 청와대,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추구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곧 발표할 청와대 개편안에서도 이런 기조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편안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달리 국회 통과의 과정이 없다.

청와대 개편안의 핵심은 경제수석, 교육문화수석, 고용복지수석 등 정책 관련 수석비서관의 폐지다. 부서의 책임 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강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구속 기소)을 중심으로 각 수석들이 부처를 총괄하며 강하게 장악했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내각과 거리를 두고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되는 수석도 있다. 홍보수석의 업무 중 공보 업무를 떼내 ‘공보수석 겸 대변인’을 두고, 홍보 업무는 ‘뉴미디어수석’(가칭)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관계자는 “뉴미디어수석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청와대와 국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대책을 전담하는 ‘일자리 수석’(가칭)도 신설될 예정이다.

○ 임종석, 선대위 ‘키맨’에서 청와대 ‘키맨’으로

임 비서실장은 당초 ‘친노(친노무현)’ 또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4·13총선 이후 대선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임 비서실장의 합류를 꾸준히 설득했다.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융합을 위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 비서실장의 정치력과 추진력은 물론이고 희생정신 등을 진즉부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 끝에 문 대통령의 초기 캠프였던 광흥창팀에 전격 합류했다. 임 비서실장은 당시 “문 후보의 정치적 지향에 공감했고, 이번 대선을 통해 친노와 호남, 86그룹 등으로 나뉜 야권 내부의 통합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광흥창팀의 좌장 역할을 맡아 정무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일정, 메시지 등을 총괄했고, 직언을 망설이지 않았다. 특유의 소통 능력과 정치력으로 문 대통령과 비문 진영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며 ‘용광로 선대위’의 키맨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신뢰 속에 그는 경선 캠프, 선대위 후보 비서실장을 연이어 수행하며 김경수 의원,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으로 부상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사파’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그는 “자유한국당과 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야당과 잘 소통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전남 장흥(51)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전대협 3기 의장 △16·17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문재인#청와대#비서실장#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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