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통합별관에 인근 호텔 한숨,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6층 신축공사 2020년 완공
남산-주변 조망 사라지고 투숙객 소음-분진 피해 우려
한은 “안전-보안 위해 불가피” 중구 “보행환경 개선안 검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재건축이 11월 시작될 예정이다. 2020년까지 1별관을 재건축하고 통합별관을 세우는 공사(조감도)다. 하지만 주변 건물주들은 공사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공사 중 소음·분진 피해는 물론이고 끝난 뒤 조망권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쓰이는 구관(사적 제280호)과 1·2별관, 본관 등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안전진단 결과 1별관 노후화가 심각해 재건축을 결정했다. 본관도 내진설계 수준을 높여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이번 공사를 통해 1별관을 재건축하고 뿔뿔이 흩어진 건물들을 구름다리와 지하화 등으로 유기성 있게 묶기로 했다. 16층짜리 통합별관을 신축할 계획이다. 통합별관은 연면적 5만2880m² 규모에 총 3100억 원이 투입된다. 또 현재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내부 업무용으로 쓰는 2별관도 리모델링 후 개방하기로 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은행 본부는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빌딩으로 임시 이전한다.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보안 문제도 있다. 화폐박물관으로 쓰이는 구관은 1912년 일제가 건설한 것이다. 이후 별관 2곳과 본관이 차례로 준공됐다. 한국은행 측은 “중앙은행은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주요 보안건물(가급)이라 이번 공사를 통해 보안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한국은행 본부 주변에 고층건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근처 건물에서 은행 앞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다. 현금수송차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노출된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현금수송차가 입구부터 지하로 들어간 뒤 내부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일대는 2000년 관광특구 지정 후 2005년 도심 재개발 구역이 해제되면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중소 규모의 숙박업소가 증가했다. 남대문 명동 광화문까지 걸어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남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도 있어 주변 호텔들은 인기 있는 숙박업소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행 본부 재건축 추진으로 인해 이들 중소 호텔은 울상이다. 공사 기간뿐만 아니라 완료 후에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로 지을 16층짜리 통합별관은 현재 주차장 부지에 들어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반공사를 할 경우 땅속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화폐박물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떨어진 현재 예정지에 신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일부 호텔 건물의 조망이 사실상 완전히 차단된다. 현재는 호텔에서 남산과 신세계백화점 앞 분수, 화폐박물관이 보이지만 통합별관이 들어서면 모두 가로막힌다. A호텔 관계자는 “공사기간에 손님이 줄어들 것이고 이후에도 창문을 열면 지금과는 달리 은행 건물만 바라보게 돼 우리 호텔을 외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1월 건축허가를 내준 중구는 중소 호텔 업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어 신·증축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주변 보행환경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한국은행#호텔#재건축#통합별관#중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