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무역 20% 韓中日 반기 든 트럼프 보호무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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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일본 경제 수장들이 어제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것”이라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중일은 “우리는 무역이 생산성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높은 수준의 공조를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치 아래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이 포함된 동북아 3개국 재무장관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주목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주요 국가들은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3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선 미국 반대로 지난 3년 동안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를 넣지 못했다. 한 달 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계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도 지난달 워싱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선 미국이 반발하는 바람에 갈등만 증폭됐다.

라가르드 총재가 지난해 “제1차 세계대전 이전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 성장을 해치고 통합을 해친다고 지적했듯이 보호무역주의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보호무역주의의 암운이 사라지지 않으면 수출 회복세에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 해놓고 그 후에 보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동도 실망스럽다. 한국에 대해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트집 잡아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조장하고 유커들의 한국 방문까지 막았다.

그럼에도 한중일이 이번에 한목소리로 자유무역을 수호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에서 통상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적 사안으로 격상됐다. 세계 경제와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이 협력한다면 향후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의 공동선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공조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자유무역 정신은 되돌릴 수 없는 세계무역 흐름이라는 사실이 G20을 계기로 확산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공동선언문#일자리 창출#트럼프#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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