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무대, 최고의 드레스로 빛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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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무용 의상 전문 디자이너 정윤민-유진 자매

《 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열리는 5월 덩달아 바빠지는 자매가 있다. 패션 디자이너 정윤민(39), 유진(37) 자매가 주인공이다.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매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자매는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에 나오는 의상 80여 벌을 제작하느라 두 달 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드레스 디자이너 정윤민(왼쪽), 유진 자매는 어릴 때부터 많은 공연을 보고 자라 왔다. 자연스레 음악가들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큰돈 주고 사는 옷인 만큼 예민해서, 살이 쉽게 찌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음악가들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드레스 디자이너 정윤민(왼쪽), 유진 자매는 어릴 때부터 많은 공연을 보고 자라 왔다. 자연스레 음악가들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큰돈 주고 사는 옷인 만큼 예민해서, 살이 쉽게 찌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음악가들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자매는 클래식 음악과 무용계에서 소문난 드레스 디자이너다.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신지아, 김봄소리, 성악가 강혜정,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 황혜민 등의 무대 의상과 배우 한효주 등의 의상을 제작했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음악가들이 다녀갔어요. 색감, 패턴, 소재 등을 함께 의논하고 만들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제 강점이라면 언니는 트렌드를 잘 읽어요.”(유진)

자매가 패션 디자인의 길로 들어선 것은 자연스러웠다. 1990년대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옷 사건’ 의혹에 연루된 패션 부티크 ‘라스포사’의 정일순 대표(74)가 자매의 어머니다. 아버지는 패션 브랜드 ‘클라라 윤’을 운영하며 패션협회 부회장을 지낸 정환상 씨(2014년 작고)다.

“부모님 회사가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고, 연이어 부도가 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유진)

언니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동생은 미술을 공부했다. 부모님의 일로 두 차례나 옷 때문에 아픔을 겪은지라 의상 쪽으로 일을 하거나 옷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듯했지만, 자매는 고개를 저었다.

“옷 때문에 아팠다면 옷으로 일어서 보고 싶었어요. 물론 애증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엄마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동생도 저도 어릴 때부터 의상실에서 자라서 옷 만드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죠.”(윤민)

본격적으로 드레스를 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신지아의 의상이 클래식계의 관심을 끌면서 클래식 연주자들의 의뢰가 들어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단골손님이 늘어났다.

“드레스 의뢰를 받으면 공연 레퍼토리를 들어봐요. 이전 영상이나 사진도 찾아보면서 음악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은 어디에 주로 두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떤지, 표정은 어떻게 짓는지, 어떻게 호흡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공부해서 만들어요.”(윤민)

드레스 디자이너를 시작할 때 부모의 반대도 있었다. 예민한 성격의 음악가들을 상대로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부모도 알고 있어서였다.

“저도 무대에 서봤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이해해요. 예술가들은 최고의 음악, 최고의 공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에요. 저는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어 그들의 음악과 공연을 받쳐주는 역할이죠. 부모님은 저희들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셨겠지만, 저희는 그 역할에 자부심을 느껴요.”(윤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클래식무용 의상 전문 디자이너#정윤민 드레스 디자이너#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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