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내륙서 서울로 휴대전화 통화 가능”… 中, 정보유입 막던 전파장벽 제거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교 안보]대북소식통 “4월 중순부터 연결”… 中, 北과 기술협조 중단 가능성
北, 내부 정보 반출 차단 어려워져… 체제유지 직접적 위협 될 수도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 내륙 지역에서 한국과 직접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중국이 휴대전화 전파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던 ‘전파 장벽’을 허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북한에 있는 지인이 북-중 국경으로부터 60km 이상 떨어진 북한 내 거주지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3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인은 휴대전화에 전파가 잡히자 (단속을 위한 북한 당국의) 함정이 아닌지 오랫동안 의심하다 서울에 전화를 했다”며 “실제로 연결이 되니 무척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대북제재 기조로 돌아서면서 휴대전화 전파와 관련된 북한과의 협조를 중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해왔다. 북한의 체제 유지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 당국의 요청을 받은 중국은 기술자들을 수시로 북한에 파견해 자국 전파가 들어가는 지역을 측정해가며 북한 주민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에 사는 자국 국민들이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 정부에 항의를 해도 북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협조로 북한 주민들은 지금까지 북-중 국경에서 1∼5km 접근해야 몰래 외국과 통화가 가능했다. 북한은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최신 전파탐지기를 운용하며 통화를 적극 막아왔다. 하지만 내륙에서까지 통화가 가능하게 되면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의 유입과 내부 정보의 반출을 막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륙에서 외부 세계와 통화가 가능해진 시점은 지난달 12일 미중 정상이 통화를 갖고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 압박 방안을 논의한 직후다. 중국은 태양절(김일성 생일) 하루 전날인 14일 중국국제항공이 주 3회 운영하던 베이징∼평양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고, 15일부터는 북한 단체관광도 중단시켰다.

하지만 북한 당국으로서는 일부 외화 획득 감소와 여행 불편을 초래하는 항공 노선·관광 중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민들의 외부 통화가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전파 장벽 해제는 지금까지 경제적 제재로만 북한을 압박해 온 중국이 북한 체제의 안정에 직접적 위협을 초래하는 정치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탈북자 북송 중단 등 민감한 제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내륙#서울#휴대전화#통화#전파장벽#중국#체제유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