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미끼로 합숙시켜 14억 뜯은 다단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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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자리 제공” 지방 취준생 유혹… 19곳에 200명 가둬놓고 물건 강매
6년전 ‘거마 다단계’ 사기 동일범

취업 준비생과 대학 휴학생 등 20대 청년 200여 명을 상대로 불법 다단계 사기를 벌인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거마 대학생’으로 불린 대규모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동자이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6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설립하고 20대 청년 209명을 숙소 19곳에서 강제 합숙시키며 14억 원을 뜯어낸 혐의(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로 정모 씨(30) 등 3명을 구속하고 조직 관계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취업을 못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요즘 알바 힘들지 않느냐’ ‘취업 스트레스로 죽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비슷한 처지인 듯 친밀감을 보였다. 또 범행 대상의 취업 희망 조건을 파악해 ‘아는 형이 패션 쪽에서 일한다’ ‘광고업계에 일하는 형이 일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데 관심 있느냐’ 등의 말을 흘렸다. 이어 “일단 서울로 올라오라”는 식으로 꼬드겼다. 하지만 막상 서울서 만난 일당은 “훨씬 더 좋은 일자리가 있다. 수일 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피해자를 속였다.

이들은 불법 다단계 판매 사무실로 청년들을 데려갔다. 일단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으면 청년들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시중에서 5만 원 수준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많게는 7배 비싼 가격에 팔아야 했다. 일당은 물건을 팔기 위해 미리 써봐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강매했다. 피해를 본 청년 중에는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아 1000만 원이 넘는 물건 비용을 상납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011년 발생한 거마 대학생 사건에서 범행 수법을 익혔던 인물들이 이번에는 SNS를 활용해 청년들을 노렸다”고 말했다. 거마 대학생은 약 6년 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청년 수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불법 다단계 사기 사건을 말한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취업#다단계#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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