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베네수엘라… 기름 부은 마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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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연장 ‘제헌의회’ 강행 방침… 반정부 시위대 연일 격렬 저항
30여명 사망 등 한달넘게 정국 혼란

중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 국가로 꼽히는 베네수엘라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일 야당과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헌법 개정 절차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막고, 쓰레기 더미 등에 불을 지르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야당과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제헌의회는 현 정부의 권력 강화를 위한 조치이며, 자유선거를 피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취임 뒤 이어진 경제난과 정책 실패로 현재 베네수엘라 의회는 야당이 장악한 상태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구성원의 절반 정도를 노조, 원주민, 농민, 장애인, 학생 등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비정치인들로 앉힐 계획을 갖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1일 시위가 확대되자 “(제헌의회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시민의 의회가 될 것이며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나는 ‘무솔리니’(독재자를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경제난과 무너진 치안 등으로 민심이 이미 오래전에 마두로 대통령을 버린 상태다. 석유기업 국유화와 대대적인 무상복지 도입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2013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전 세계적인 저유가 상황을 맞이하며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마이너스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일상이 됐고, 최근에는 생필품도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불만은 폭발했고 지난해 말 시행했던 화폐개혁 조치가 실패한 뒤부터 반정부 시위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는 반정부 시위가 일상이 돼 지금까지 3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미국과 브라질은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의회 구성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와 볼리비아 같은 좌파 정권이 집권해 있는 이웃 국가들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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